지난 2016년 12월3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방송차량에 올라타 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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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유지를 위해 보수로 포장하는 가짜 보수들, 작살을 내야 한다.”
“존경하는 국민의힘 의원 여러분, 부디 표결에 동참해 달라. 역사가 여러분을 기억할 것이다.”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그런데 두 문장에 담긴 감정의 온도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발언의 시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12월의 이재명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인 2024년 12월의 이재명은 180도 달라졌다.
두 번의 탄핵, 8년의 세월을 거치며 이재명의 ‘입’이 변했다. 과거 촛불 시위에서의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했던 이 대표는 유력 대권후보로 떠오른 지금 훨씬 온화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지난 14일 탄핵안 표결 이후 이 대표는 사실상 대권 행보에 들어섰다. 이튿날인 지난 15일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국정운영에 민주당도 주체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포용적인 발언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에 손을 내밀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8년 전에는 달랐다. 당시 이 대표 말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성남시장 신분으로 촛불 시위에 연달아 참석하며 끊임없이 ‘강성 언더독’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했다. “이명박·박근혜는 죽을 때까지 감옥살이 시켜야 한다” “가짜 보수들을 이번에 확 쓸어내야 한다”는 등 야권 지지층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발언도 이때 많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당시 갑작스럽게 열린 탄핵 및 조기대선 정국을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기득권·보수정당·재벌과 대립각을 세우는 표현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그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8년이 지난 현재 그의 ‘톤앤매너’는 많이 바뀌었다. 특히 보수 여당을 향한 말투가 대폭 누그러졌다. 지난 16일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모든 논의 주도권을 가져가도 좋으니 (국정안정협의체에) 꼭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간곡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이어진 돌발 발언에서 “(국민의힘은)광적인 행위(계엄)를 옹호한다. 반성하지 않는다”며 특유의 날카로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을 ‘사회악’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기득권’으로 지칭했던 2016년과 비교하면 한층 정제된 어휘를 사용하는 편이다.
각종 의제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더 내라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미군 철수를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 대표는 지난 15일에는 “한·미 동맹은 굳건히 지켜질 것이고,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부당거래와 중소기업 착취, 노동탄압을 억제해야 한다(2016년 12월 페이스북)”며 ‘재벌 해체’를 부르짖었던 그는 지금은 “안정된 경제 펀더멘털을 갖춘 우리는 충분한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조한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일개 지자체장에 불과했던 과거의 이재명과 국회 다수당 대표인 지금의 이재명의 입장은 하늘과 땅 차이 아니겠느냐”며 “그때는 비판·공격만 해도 됐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같은 태도 변화는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중도·보수층의 거부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다분해 보인다. 계엄 사태를 전후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대선 지지율은 약 30% 초반대로, 50% 초반대인 민주당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대표 개인의 신뢰도와 호감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전날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은 것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강성 지지층과 거리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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