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시한, 오는 21일…20일 임시국무회 소집해 거부권 행사 유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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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면서도 막판 고심을 하고 있다.
17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들 법안의 상정을 보류하는 대신에 이번 주 후반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6개 법안의 거부권 행사 시간이 오는 21일까지인 만큼, 야당을 충분히 설득한 뒤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다.
농업 4법은 특정 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제도적으로 특혜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평년 가격보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 농협이 시장 수요보다 많이 공급되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했다. 농협이 쓴 돈은 정부가 메워준다. 사실상 세금으로 쌀값을 떠받치는 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이 이미 과잉생산되는 상황에서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국내 농업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기획재정부는 남는 쌀 매입에만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을 쓰게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권 시절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에 반대했었다.
농수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은 쌀 외에 다른 농산물도 ‘기준 가격’을 정하도록 하고, 농산물 가격이 기준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해당 작물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보상해 주도록 했다. 정부는 특정 농작물의 가격을 보장해 주면, 해당 작물만 재배하게 돼 공급과잉이 심해지고, 재정지출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며 반대한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농민이 각종 재해를 당해 농사를 망치면 해당 작물을 기르는 데 들어간 비용 전부를 정부가 보상해 주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법안으로 생기는 재정 부담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다른 산업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농어업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이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면 보험사가 손해를 보상해주도록 하고 보험료를 할증해 받는 것도 금지한다. 정부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보험 시장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관련 보험 상품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윤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이다. 21일이 토요일이라는 점을 감안, 20일 임시국무회의 소집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17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법안 재의요구안을 상정·심의·의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 등을 고려해 별도의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면서까지 숙고할 시간을 버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과의 협력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탄핵 정국 속 안정적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더구나 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문제에 대해 일단은 관련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지만,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여당과 선을 긋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간 거부권 행사는 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한 권한대행은 총리로서 재의요구안 의결 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이를 재가도 하는 절차도 밟게 된다.
한편, 대통령 권한대행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고건 권한대행의 전례가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고 권한대행은 ‘거창 양민 학살사건의 보상에 대한 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였다.당시 한 권한대행은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며 고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관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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