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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비상계엄 때 국회 통제한 경찰, 어느 선까지 ‘내란죄’ 적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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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경찰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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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수장인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3일 구속됐다. 주요 혐의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이 조직적으로 국회를 통제하고 국회의원 출입까지 막아 내란에 가담했다는 의혹이다. 법조계 등에선 경찰이 직접적으로 내란에 동원·활용된 전례가 없고 관련 법 조항 해석도 여러가지라서 향후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 마무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경찰을 대상으로 한 ‘내란 수사’의 정점은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로 맞춰진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A4 용지 한 장짜리 지령문을 받았다. 여기엔 계엄 당시 경찰의 역할이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이 지령문을 파기했다고 했고 내란중요임무수행 혐의로 구속됐다.

일단 법조계에선 조 청장의 내란죄 적용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국회 통제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계엄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자정 열린 긴급회의에서 비상계엄을 인정하는 것처럼 “경찰의 역할이 평상시와 달라질 것 같으니 비상계엄에 관한 법령 등을 검토해 현장에 명확한 지시를 할 수 있도록 지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지시를 받은 경찰관들을 조 청장과 함께 내란죄 피의자로 입건할 수 있느냐다. 형법 87조3은 ‘내란에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누구에게까지 적용되느냐에 따라 내란 혐의로 처벌받을 경찰 관계자의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형법 해설서인 <주석 형법>을 보면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목적’이란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성립되고 ,‘이 목적은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돼 있다. 반대로 보면 이런 목적이 없다면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무 목적이나 상황 판단 없이 그저 상부의 지시를 이행한 경찰관들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현장 경찰관들이 국회의원의 국회 통제하는 행위가 국헌 문란에 해당하고 비상계엄 해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황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인정된다면 처벌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미필적 고의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최종 처분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법 해석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경찰을 이용한 내란이라는 전례가 없었으니 어느 선까지 처벌할 수 있을지 기준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하급자나 명령 전달자에게도 내란 혐의를 적용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단순히 상부의 명령을 수행했다는 것만 가지고 바로 내란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곤)는 “이 경찰관들을 처벌하려면 ‘기대가능성’(적법한 행위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조 청장 이외의 일선의 하급 경찰관들까지 불법적인 상황임을 바로 인식하고 상관의 명령의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아직 참고인 조사를 한 경비 관계자들을 입건하지 않았고, 입건된 피의자 중에도 부화수행 혐의는 없다”며 “내란죄로 입건하더라도 어떤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할지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15일 경찰청·서울경찰청의 경비라인 관계자들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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