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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佛 이어 獨총리도 불신임 투표… ‘유럽 투톱’ 모두 리더십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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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연정도 예산안 갈등으로 붕괴… 佛-獨, 극우 득세로 정치 분열

경제난 獨, 2년연속 역성장 전망

유럽 양대 ‘경제엔진’ 동력 약화

EU, 트럼프 집권 대응 차질 우려

동아일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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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1, 2위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원수가 동시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사실상 행정부 붕괴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 등 주요 경제 정책에서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연립정부가 해체된 독일은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를 실시했다. 최종적으로 불신임안이 가결돼 내년 2월 23일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숄츠 총리와 소속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지지율이 낮아 총리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다.

프랑스 역시 내년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극한 갈등을 겪고 있다. 4일 의회의 불신임안 통과로 1962년 이후 62년 만에 행정부가 붕괴됐다. 이 여파로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가 사퇴하고 프랑수아 바이루 신임 총리가 취임했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루 총리 모두 물러나라”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재정적자 증가, 성장률 둔화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극우 정당의 급부상 등까지 겹쳐 갈등과 분열이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EU 전체에 악재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숄츠 총리직 유지 힘들 듯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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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석의 독일 연방 의회는 16일 오후 1시(한국 시간 16일 오후 9시)부터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이는 11일 숄츠 총리가 자신의 신임 여부를 표결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 총리의 신임 투표는 총리만 발의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일찍이 숄츠 총리의 불신임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중도좌파 사민당 대표인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우파 자유민주당(자민당), 좌파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해 집권했다. 당시 사민당의 상징색이 빨강, 자민당은 노랑, 녹색당은 초록이라는 이유로 ‘신호등 연정’으로 불렸다.

하지만 숄츠 총리는 정치 성향이 다른 자민당, 녹색당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자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전 재무장관이 “사회복지 예산은 줄이고 고소득층에겐 감세 혜택을 주자”고 주장하며 갈등이 깊어졌다. 전통적으로 복지 의제를 중요하게 다뤄온 사민당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민당이 연정에서 탈퇴해 숄츠 총리가 직접 신임 투표를 발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조기 총선에선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9∼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이 31%로 주요 정당 중 1위였다.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20%로 2위였다. 사민당의 지지율은 17%에 머물렀다.

다만 어느 정당이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해도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만큼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각 정당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경제난-극우정당 급부상에 협치 어려워

두 나라의 정치 위기는 경제난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1%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주요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도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권고 기준(3%)의 두 배에 가깝다.

독일에서는 AfD,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이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에게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의 강경 성향으로 기성 정당이 좀처럼 협치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두 나라의 혼란은 EU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프랑스 정부의 몰락으로 EU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요한 순간에 리더십 공백을 겪게 됐다”고 진단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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