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한 16일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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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7·2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유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그의 정치적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이 아닌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은 안 굽혔다. 한 전 대표는 “아무리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은 위대한 나라와 보수의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4일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의 격양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한 기자가 ‘탄핵 찬성을 후회하냐’고 물었다”며 “마음 아픈 지지자를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여러분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뒤 국회를 떠났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일부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그는 “우리 의원들이 비상계엄을 막아낸 것에 대해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공개된 국민의힘 ‘비상계엄 파장 이후 당원 탈당 현황’에 따르면 이달 4~15일 탈당자 규모는 7745명인데, 첫번째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7일 이후인 9일(1677명)과 10일(1546명)에 탈당 러시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퇴로 정치인 한동훈은 두 번째 쓴잔을 들이켰다. 지난해 12월 26일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넉 달 뒤 총선 패배로 첫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석 달 만에 칩거를 깨고 당대표 선거에 도전해 62.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기했다. 중도·수도권·청년(중수청) 공략과 ‘국민 눈높이’를 앞세운 한 전 대표의 출발은 괜찮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의 정책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했고, 김건희 여사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보수의 고루한 정치 문법을 깼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정치 입문 후 악화일로로 치달은 윤·한 갈등은 고비마다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 전 대표가 제안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이 단칼에 거부당한 게 대표적이다. 공을 들인 여·야·의·정 협의체도 이달 초 중단됐다. “한 대표가 용산과의 갈등에 매몰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 것도 이때쯤이다.
무엇보다 한동훈 대표 체제를 무너뜨린 결정타는 취약한 정치 기반이었다. 출범 당시 20명 안팎이던 친한계는 몸집을 불리지 못했고 여전히 비주류다. 탄핵안 가결 직후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한 근본 원인도 친한계의 분열이었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진종오 의원이 막판에 한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면 지도부는 무너지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변명의 여지 없이 리더로서의 정치력 한계를 노출했다”고 말했다.
차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론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5선 중진과 김무성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경험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박대출 의원)이라는 의견이 이날 오전 중진의원 회동에서 나왔지만, 의원총회에서는 “원내와 원외를 가리지 말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능력이 있느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아직 백지 상태”라고 했다.
손국희·이창훈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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