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사 초기부터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윤 대통령 수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낯뜨거운 신경전을 벌여 왔다. 공수처가 먼저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하자 경찰은 “대통령도 긴급체포할 수 있다”며 뛰어들었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 지 닷새 만에 신속하게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하면서 선수를 쳤다. 현직 대통령 수사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는데, 지금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어느 기관에서 어떤 형식으로 조사를 받게 될지조차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계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제각각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보좌관의 경우 검찰, 경찰, 공수처에 모두 출석했고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은 같은 날 공수처와 검찰을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공조본 출범 이후 경찰과 공수처 간에는 일부 협력이 이뤄지는 반면에 검찰은 법률상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경찰 관련 범죄라는 점 등을 명분으로 자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에선 향후 본안 재판에서 수사의 적법성과 증거 능력에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한 것을 검찰이 불승인하자 경찰이 반발하는 등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수사기관들이 볼썽사나운 과잉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특검 출범 전 최대한 성과를 올려야 자기 조직 보호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등으로 신뢰가 추락한 검찰, 계엄 실행 과정에 관여한 경찰 모두 향후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공수처도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각 기관이 영역 다툼을 하느라 수사를 망친다면 두고두고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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