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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헌재의 인생홈런]‘람보 슈터’ 문경은 “2002년 부산의 기적,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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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해설위원으로 농구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문경은 전 SK 감독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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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선 기적 같은 드라마가 펼쳐졌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야오밍이 버틴 ‘만리장성’ 중국을 결승에서 이기고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한국 남자 농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부였다. 4쿼터 종료 3분여 전까지 71-84로 뒤지던 한국은 종료 4초를 남기고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 끝에 102-100으로 승리했다.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문경은 전 SK 감독(53)은 “내 인생에서 그렇게 시원하게 많이 울어본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2명 모두가 얼싸안고 울었다. 다시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싶다”고 회상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였던 그는 프로 입단 후 13시즌 동안 9347점을 기록했다. 3점슛은 통산 최다인 1669개다. 그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득점 3위(평균 20.3점), 3점슛 1위를 했다.

많은 사람이 그를 ‘타고난 천재’로 여기지만 그의 3점슛 능력은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고교 시절부터 연습벌레였던 그는 연세대에 진학해서는 최희암 감독(현 고려용접봉 부회장)의 혹독한 조련을 받았다. 최 감독은 점심 식사 전 문경은에게 중앙과 양 사이드 등 5개 지점에서 3점 슛을 20개씩 총 100개를 넣는 훈련을 시켰다. 한 지점마다 20개를 연속으로 성공해야 다음 지점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도중에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문경은은 “당시엔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때의 노력이 선수 생활 내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큰 부상 없이 40세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감독으로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SK를 지휘했다. 2012∼2013시즌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고, 2017∼2018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엔 한국농구연맹(KBL) 기술위원장과 경기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대한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과 함께 tvN의 농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차례 정도 현장 중계를 한다는 그는 “평생을 통틀어 가장 농구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놓친 경기들은 다시 보기를 통해 빼놓지 않고 복습한다”며 “농구 기사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문경은표 해설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강은 20년째 해온 골프로 챙긴다. 그는 “절친한 후배들인 전희철(SK 감독) 이상민(KCC 코치) 등과 2000년대 초반 함께 골프를 시작했다. 요즘도 종종 라운드를 함께 한다”고 했다. 장기는 퍼팅이다. 힘 조절, 거리 조절에 뛰어난 그는 30m 거리의 롱 퍼트도 홀에 가까이 붙이곤 한다. 그는 “2m 안팎의 퍼트는 자신 있게 넣는 편”이라며 “경험적으로 좋은 슈터들이 퍼팅을 잘하는 것 같다. 이충희 선배님이나 대학 후배인 우지원도 퍼팅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더라”며 웃었다.

장기적인 목표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보는 것이다. 그는 “국제 경쟁력이라는 게 단번에 생기는 게 아니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대교체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처럼 한국 농구를 다시 한번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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