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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한동훈, 尹과 대립으로 존재감 키워…‘포용력 부족’ 검사 정치 한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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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렸다. 한동훈 대표의 모두발언 중 강명구 의원이 일어나 한 대표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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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에게 반말하지 마세요. 일어나서 말씀하세요.”(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한 전 대표는 12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대통령 담화는 내란죄 자백”이란 발언에 반발하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검사 티를 못 벗은 결정적인 모습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상계엄 국면에서 이날 충돌을 시작으로 14일 의원총회에서도 한 대표가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계엄 했습니까”라고 발언하면서 친윤계뿐만 아니라 비한(비한동훈)계와도 급속히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비록 친윤계가 거칠게 공격했지만 한 전 대표도 무리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도 “엄중한 시기에 현장에서 소통이 안 됐다”며 “자신의 판단이 옳더라도 자세를 낮췄어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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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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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가 탄핵 후폭풍을 넘기지 못하고 사퇴한 것도 ‘톱다운(Top down·하향식)’ 검사 스타일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민심과 괴리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윤 대통령과 맞서는 ‘윤-한 갈등’ 과정에서 존재감을 키웠으나 “결국 윤 대통령과 비슷한 독단적인 검사 스타일로 다수 의원의 신뢰를 얻지 못해 세력화에 실패하고 소수파 대표에 머물렀다”는 것.

다만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 뒤 지지자들을 만나 주먹을 불끈 쥐며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한 중진 의원은 “한 전 대표는 지도자의 자질을 가졌으나 아직 덜 여물었다”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면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포기 않는다” 대선 출마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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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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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데 대해 “우리 지지자분들을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으면 안 된다”고 탄핵 반대 당론을 이끈 친윤-중진 의원들을 겨냥했다.

한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겨냥했다. 그는 “이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기자회견 뒤 차량에 올라 ‘한동훈을 지키자’고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도 했다. 한 친한계 핵심 의원은 “한 전 대표는 당 내부에서 싸워서는 얻을 게 없고, 외부에서 국민을 상대로 소통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저와 방식은 달랐지만 나름의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던 그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한 전 대표가 정치에 계속 뜻을 두고 길을 간다면 언젠가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 친한-친윤 모두 “韓 검사식 정치는 실패”

한 전 대표의 지난 5개월에 대해 친한-친윤 양쪽에서 “63% 지지율로 당 대표에 당선되고도, 검사식으로 정치를 하다가 당내 세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가 수차례 당내 협의 없이 입장을 발표하면서 의원 다수의 반발에 부딪힌 데 대해 “급한 성정과 검사 스타일이 복합된 것”이라며 “한 전 대표가 조금 더 넓게 포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비한계 재선 의원은 “한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을 겪으며 검사 출신이 대선에 직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빠른 판단력과 선명한 메시지 등 정치인으로서의 장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빠른 머리 회전은 장점”이라고 했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금투세 폐지 등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를 잘 캐치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 즉각 반대 입장을 냈기에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결국 대선에서 중도를 잡을 수 있는 국민의힘 주자는 한동훈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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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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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힘 출범 이후 6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번째 비대위를 맞게 됐다. 당내에선 “차기 비대위원장은 원내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에는 5선의 권영세, 나경원 의원 등이 오른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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