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조사 요구에 불응 등
변호인 교체 후 진술방식 돌변
“尹 주장 가이드라인 삼을 수도”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 전 장관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김 전 장관 측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조사가 불발됐다. 검찰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장관에게 조사에 불응할 경우 인치(강제 연행)할 예정이라고 이날 오전 통보한 후 실제 인치를 시도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은 새 변호인 선임을 위한 면담을 이유로 이날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했고 검찰은 이날 예정된 조사를 취소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전 장관은 구속 전 조사에 입회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들이 11일 사임하자 12일 이하상?유승수 법무법인 자유서울 변호사를 새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대리하거나 변호했던 이력이 있다.
김 전 장관은 변호인 교체 후 진술 방식에 큰 변화를 보인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8일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10일 구속되기 전 세 차례의 조사에서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 변호인이 입회한 14~15일 조사에서는 돌연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진술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검찰이 변호인의 조력을 차단하고 독단적 수사를 감행하고 있으니 검찰 수사에 진술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은 조사에서 (김 전 장관에게)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작성한 문건을 제시하며 이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이는 청탁 수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변호인은 이날 김 전 장관에 대한 인치를 지휘한 이찬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박세현 본부장, 심우정 검찰총장, 박경선 동부구치소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김 전 장관의 검찰 조사가 무산된 사유가 새 변호사와의 면담 때문이었다는 검찰 측 설명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며 “접견을 마치고 나온 김 전 장관 가족을 통해 재차 확인했으나,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담화가 김 전 장관의 진술 태도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내란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담화가 나온 이튿날인 13일 현 변호인단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상계엄선포에 필요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역시 대통령만이 판단할 수 있는 고유한 통치행위이므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 자체를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수사하고 재판하려는 시도 자체가 바로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담화를 ‘가이드라인’ 삼아 혐의를 일체 부인하는 방향으로 진술 태도를 바꿨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TV화면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 담화 이후 ‘아무것도 얘기하지 말고 최대한 버티라’는 식의 가이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하고 계엄 전부터 논의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수사에서) 김 전 장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 전 장관 측은 “검찰 조사에서 ‘계엄은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며 나는 핵심 임무자일 뿐 우두머리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날 해당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김 전 장관은 ‘계엄에 관해 대통령의 뜻을 같이했으며 적법 절차에 따라 국방부 장관인 자신이 건의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유경민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