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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검사 출신들의 이유 있는 추락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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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1일 오전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를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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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혁 | 이슈부국장



“곧 퇴임하실 건데 퇴직하시고 난 뒤에 본인이 모셨던, 본인을 장관으로 만들어줬던 윤석열씨 변호인단에 합류할 겁니까?”(조국 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제 코가 석자입니다.”(박성재 법무부 장관)



지난 11일 오후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문 때 갑자기 의원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12·3 내란사태 뒤 무거운 마음(얼치기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우리 삶은 어찌 됐을 것인가!)으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낸 나 또한, 이 순간만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온갖 비판·비난에도 꼬장꼬장하게 버티더니, 속으로 쫄리셨나….’



비상계엄·탄핵 정국 속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장관, 고위 장성들, 경찰 수뇌부까지 여럿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실제 행동에 비해 많은 비판과 제재(탄핵소추에 따른 직무정지)를 받은 인물로 박 장관을 들 수 있다. 그럴 법도 한 게, 법에 의한 지배 ‘법치’를 관할하고 책임지는 법무장관이기 때문이다. 헌정을 유린한 불법 계엄·포고령 선포에 책임이 막중하건만,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때 그의 언행은 “(계엄에 찬성하지 않은 다른 국무위원들과) 저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다 똑같은 여러가지 의견, 우려를 전하고 이야기를 다 했다”(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그쳤다.



똘똘 뭉쳐 위법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압수를 막아낸 국군방첩사령부 법무관들, 위헌적 계엄 선포라며 한밤중 대책회의에 앞서 사표를 던진 자신의 참모(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는 물론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는 세 사람(최상목 경제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도 비교되는 행동거지다.



그런 박 장관이 국회에서는 어땠나.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신해 ‘김건희 특별법’ 재의 요구 취지를 설명한 뒤 표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본회의장을 떠나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자 국민의 대표 기관을 무시하는 것”(우원식 국회의장)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재의 요구 설명 뒤 항의하던 야당 의원들을 노려보며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기도 했다. 순간 궁금해졌다, 불법 계엄을 강행한 대통령을 바라보던 눈빛은 어땠을까.



검사라는 업의 본질은 누군가의 잘못을 파헤쳐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시비를 가리고 선악을 나누는 흑백논리에 익숙해진다. 강직한 검사일수록 대화와 타협, 양보와 상생은 어색하다. 각별한 자기 성찰 없이는, 세월이 흐를수록 ‘심판’ 역할에 심취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인류 유산을 쌓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선수’들을 쉽게 본다.



대통령은 그 극단적인 사례다. 통치 기간 내내 ‘야당과 대화’라는 정치의 본령을 외면하더니, 국회를 “범죄자 소굴”이라며 비상계엄까지 선포하지 않았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망상, 일편단심 부인 사랑 같은 요인도 있겠지만, 오랜 검사 생활에서 체화된 흑백 피아 구분, 기록 속 사건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면서도 ‘내가 다 아는데’라는 과도한 자기 확신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12·3 내란사태에 주연급 조연이었던 한동훈 전 여당 대표는 어떤가. 검찰에서도 머리 좋기로 소문났던 그는 당내 소통 없이 탄핵과 관련한 끊임없는 말 바꾸기 끝에 사실상 대표직에서 쫓겨났다. 대통령 보위라는 ‘친윤’의 시대착오적인 행보가 더 큰 문제지만, 대화와 설득을 외면해 내부 갈등을 키워간 그의 스타일도 가벼운 문제는 아니었다. 이번 사태 와중에 이름이 거론된 또 다른 검사 출신인 황교안 전 총리, 김주현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 한석훈 인권위원 등의 언행, 처신은 어떤가.



사실 룰을 어긴 선수를 찾아내 처벌하는 이에게 시대를 읽는 통찰이나 공동체의 미래에 관한 넓은 시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닐까. 아, 왜 검사 출신만 문제 삼느냐고? 이 지적엔 일부 수긍할 수밖에 없겠다.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됐는데 “모든 순간 행복했다”를 퇴임의 변이라고 남겼다는 판사 출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행도 결코 모자람이 없으니 말이다. 훗날 돌이켜 보면, 검사·판사 출신 정치인·정무직들에 대한 엄정한 국민적 평가야말로 12·3 내란사태가 남긴 교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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