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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비상계엄에 이어 대통령 탄핵안까지 국회에서 가결되며 재건축을 앞두고 있던 전국 곳곳의 단지가 불안에 떨고 있다. 현 정부의 규제 완화를 믿고 사업에 발을 들였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못 넘은 법안이 많아 사업 지연, 분담금 증가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며 정부가 내세운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총 13개 구역, 3만6000가구를 선도지구로 선정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분당(1만948가구)과 일산(8912가구) 물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당초 연내 유휴부지와 영구 임대주택 정비 등을 활용한 이주대책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갑작스러운 정세 불안으로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2월 안에 발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빠른 재건축 추진으로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분당 선도지구 선정 단지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재개발·재건축 속도가 느려지는 건 물론 용적률 등 각종 특례 적용도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의 한 선도지구 단지 소유주는 “정치적 상황이 빨리 정리돼야 이주대책 등 추후 절차가 나올 텐데, 그 사이에 분담금이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주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선도지구가 후속 절차에 즉시 착수할 수 있도록 행정·금융 지원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또한 실·국장 회의를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불안은 이미 집값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9일 기준) 1기 신도시가 몰린 경기 지역의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1% 내린 95.4를 기록했다.
정국 혼란으로 재건축 사업에 위기를 느낀 건 1기 신도시 소유주뿐만이 아니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꾸준히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놨다. 올 초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재건축 시 안전진단을 생략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발표,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와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재건축특례법’) 제정 등도 추진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탄핵이 최종 선고될 경우 정권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현 정부가 밀던 부동산 정책의 상당 부분이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빠졌던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다시 거둬들이는 한편 임차인 보호를 위한 규제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중단 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적 견해다. 지난해 말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 당시 여야 이견이 없었던 데다 올 4월 총선에서도 관련 내용이 여야 공통 공약으로 등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을 안 하면 극심한 주민 반발이 예상되기에 계획대로 진행은 될 것”이라며 “다만 공공임대 물량이나 재초환 분담금 부과 등에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초환 폐지 가능성은 더욱 옅어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주 브리핑에서 “비상계엄 이전에 재초환 폐지 관련 여야 논의가 일부 있었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대 기류를 고려, 다음 기회에 논의하기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재초환이 먼저 폐지돼야 하는데, 현 상황으로는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비사업 절차를 통합·간소화해 사업 기간을 최대 3년까지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건축특례법 또한 제자리다. 국토부는 국회에 해당 법안의 전반적 방향성을 강조해 왔으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현 상황 수습은 ‘타임어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빨리 해결할수록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혼란도 신속하게 걷힐 수 있다는 것.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정 불확실성이 수습되지 않으면 거래량 감소와 투자 심리 위축은 물론 가격 하락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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