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중견 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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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한대행은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국회와 정치권의 협치, 협력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 국회의장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그런 협의체가 저는 발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안한 고위당정협의 및 실무당정협의 재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이 요구한 국회와 정부가 함께 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에 대해 “둘 다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전날 이 대표 제안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 여야를 포함한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 운영 파트너로 야당도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동시에 권 원내대표 제안에 대해 원래 있었던 제도이니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여당과만 마주 앉는다고 해서 야당을 배제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정 중 어느 한쪽을 배제하는 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의 중립 기어는 그 만큼 불편한 입지를 보여준다. 한 권한대행은 여권 인사지만 야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여권의 잘못 때문이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참석자로 동조자란 비판도 받고 있다. ‘원죄’가 있는 한 권한대행은 야당 눈치도 살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의 중립 기어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첫 시험대는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다. 이는 모두 윤석열 정부가 반대해온 법안으로, 거부권 행사 기한은 오는 21일이다. 17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하거나 이번주 내로 다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고심에 들어갔다. 일단 17일 국무회의에는 이들 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6개 법안은 내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는다”며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제 권한대행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판단을 하려고 하고 기한이 남아있는 한 정부가 국회와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권한대행 발언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는 법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미 윤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권한대행은 현 정국을 고려해 다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최종적으로 행사하면 야당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권한대행 총리에겐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고 경고했다. 전현희 최고위원과 주철현 최고위원도 각각 “입법 거부권을 남용하는 건 헌법 위반”, “‘농업 민생 4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권한대행의 첫 행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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