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디지털 교과서 적용 과목을 축소했다.[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검정, 인프라 점검 등 일정이 밀리면서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적용하는 과목을 축소하거나 도입 시기를 미뤘다. 하지만 수학·영어는 당장 내년 1분기에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일선 교사가 '디지털 교과서'의 실물조차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지난해 정부는 정보기술을 통해 한국 공교육에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꺼내든 변혁의 촉매제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였다. 디지털 교과서의 핵심은 AI 튜터링(tutoring),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확장현실(XR), 음성인식 등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의 이해도에 따라 보충·심화학습을 적절히 배분해주는 '1대1 지도교사' 역할을 해낼 것이란 얘기였다. 교사 입장에서도 '개념 기반 학습'을 디지털 교과서가 시켜주기 때문에 더 창의적인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기대였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는 2023년 6월 "디지털 교과서를 2025년 1학기에 도입해 2028년까지 사용하는 학년과 과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디지털 교과서의 검정이 올 11월이 지나서야 끝난 거다. 지난 11월 29일 교육부가 검정심사에 합격한 디지털 교과서 76종을 발표했다. 심사를 8월 중 마친다고 공표했는데 당초 일정보다 석달 넘게 지연됐다.
그 과정에서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과목을 축소했다. 검정심사 결과에 함께 발표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에 따르면 국어, 기술·가정, 실과 3과목이 디지털 교과서에서 빠졌다. 사회, 과학 과목은 원래 일정이던 2026년에서 1년 늦춰 2027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선 교사들은 8월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접해보지 못했다. 7월에 열린 '교실혁명 선도 교사' 연수에서도 교사들은 디지털 교과서 실물을 보지 못했다. 연수는 기능이 완전하지 않은 프로토타입(시험용·prototype)을 통해서 진행했다.
수업을 원활히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도 마련하지 못했다. 11월 26일 국회교육위원회에서 공개한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 대상 학교 디지털 인프라 1차 진단 결과'에 따르면, 무선속도를 체크해야 할 학교(1만2090곳) 중 5459곳(45.2%)만 점검을 완료했다. 점검해야 할 학교가 절반 이상 남았다는 거다.
문제는 또 있다. 디지털 교과서의 구독료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현재 협상단을 꾸려 개발사와 구독료를 협상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앙정부가 구독료 중 얼마만큼을 분담할지는 협의를 나누지 못한 상황"이라며 "12월 말에는 가격 협상이 이뤄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 혼란스러운 교육 현장 = 이런 문제 때문에 당장 내년 1학기에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운영할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측면에서 과목 축소와 도입 지연을 잘 됐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 일선 교사들은 급작스러운 일정 변경을 불안해하고 있다. 수학·영어 과목엔 일정대로 내년 1학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지만, 여태 '실물 교과서'조차 나오지 않아서다.
서울 영등포구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서지원(28세·가명)씨는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때의 지침이나 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받지 못해서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말을 이었다.
일선 교사들은 디지털 교과서 활용 지침이나 범위가 명시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년 초에 디지털 교과서 연수가 있는데 이 연수의 대상도 전체 교원이 아니다.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에겐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제공하는 연수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계획이 없는 것 같다." 디지털 교과서의 수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