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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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불발됐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본은 16일 오전 10시30분쯤 대통령실 정문 앞에 도착했다. 대통령비서실에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약 1시간가량 대화 끝에 결국 실패했다. 공수처 선임수사관은 “대통령실이 공식적인 장소여서 온 것”이라며 “따로 사전에 협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공조본은 한남동 관저로 이동해 직접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전날 윤 대통령에 출석을 요구 중인 사실을 공개하자 공조본도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 명의의 공조본 출석요구서는 윤 대통령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적시하고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명시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공수처에 윤 대통령 관련 사건을 이첩했다. 공조본 내에선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를 맡기로 정리된 셈이다.
이날 경찰과 공수처 관계자는 “공조본 출범 취지에 맞춰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영장 청구 등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이라며 “경찰도 인력과 자료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영장청구권이 없는 경찰 대신 영장청구권이 있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맡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수처는 대통령 기소권(공소제기권)이 없어 기소 요구 시에는 검찰 또는 특검에 사건을 보내야 한다.
(왼쪽부터) 수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검찰, 경찰, 공수처 로고. 사진 각 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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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15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고 전날 공지했다. 검찰은 조만간 2차 출석요구서를 통보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구속한 데 이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 내란 모의·실행에 주도적 역할을 한 피의자들 신병 확보 절차 중에 있다”며 검찰이 수사에 앞서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경찰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전날 내란 동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윤 대통령 조사가 임박하면서 수사기관들의 주도권 다툼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검찰과 공조본이 연이틀 출석요구 사실을 공개하는 등 ‘누가 대통령을 잡을 것인가’로 앞다퉈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경찰은 ‘내란죄 단독수사권’,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수사권 및 영장청구권’, 검찰은 ‘대통령·장관 등 기소권’ 등을 각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일반특검까지 출범할 경우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윤석열 내란특검법’은 “특검은 각 수사기관에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지만, 강제성이 있는 조항은 아니다. 기존 수사기관들이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특검에게도 사건 이첩요청권을 발동할 수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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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같은 수사 경쟁이 벌어지면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이 조율에 나섰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러나 한 총리 역시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을 말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찰 등에 피의자(피고발인) 신분으로 입건된 상황이다. 여야 정국 혼란으로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기관 조율에 나서야 할 한덕수 총리를 민주당이 내란죄 공범으로 고발한 것은 조율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수사기관들이 난립하며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부실수사로 이어질 경우 결국 재판에서 웃는 것은 윤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변론을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변호인단 역시 2개 그룹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검찰과 공조본이 각각 소환통보를 하면서 윤 대통령은 조사 받을 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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