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으로 삼았던 장성들이…육사 동기들도 자조"
"하달 임무에 '불법' 말하며 거부 어려워" 의견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있다. 2024.12.1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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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장성 대부분이 육군사관학교(육사) 출신인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육사 출신 장교들은 "회의감을 많이 느낀다"고 털어놨다.
육사 졸업 후 위관급 장교로 복무 중인 A 씨는 "(국회에 출석한) 장성들이 나와 꾸지람을 듣고 질타를 받는 장면을 봤다"며 "우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수모를 겪는 게 같은 군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토로했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38기)을 포함해 이번 사태를 주도한 인물 대부분이 육사 출신이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46기)과 주요 인사를 체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48기)은 육사를 졸업했다.
국회로 병력을 보낸 곽종근 전 육군 특수작전사령관(47기)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48기) 역시 '육사 라인'이다.
A 씨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자조적인 반응이 나온다"며 "특히 김 전 장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육사 출신 위관급 장교 B 씨는 "계엄 이후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일부 육사 기수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을 폐쇄하고 접촉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적인 군 조직 특성상 상관의 명령을 단번에 거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A 씨는 "그 자리에 육사 출신이든, 학군 출신이든 결정이 내려졌을 때 '이건 불법적이다'라고 말하며 지시를 거부할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B 씨는 "어찌 보면 군인은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게 군인인데 그 안에서 개인이 판단을 내리는 건 사치라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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