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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美 산업화의 상징 품으려던 일본의 꿈, 일장춘몽 되나 [글로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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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US스틸 인수 무산 위기
日 이시바 총리 지원사격 무색
소송전 통한 최악의 경우 준비
안보 내세운 美 승인 불허 대응
반대여론 이끄는 美 노조 대상
물밑 로비 전개 설득 시도할 듯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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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시도가 미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위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이 거래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줄곧 이를 반대해왔다. 이들은 미국 내 철강 산업의 중요성과 외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본제철은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소송전을 준비하면서 강성 노조에는 적극적인 로비로 실마리를 풀어간다는 전략이다. US스틸이 기업간의 문제를 넘어 정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 정치 이슈화된 US스틸 인수전

US스틸은 1901년 설립돼 미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앤드루 카네기, J.P. 모건 등 당대의 거물들이 설립에 참여해 미국 철강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특히 20세기 초반에는 미국 내 철강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 주요 건축물의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US스틸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미국의 경제적 발전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제철은 세계 4위의 철강 생산업체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US스틸 인수를 추진했다. 2023년 12월 일본제철은 약 149억달러(약 21조4000억원)에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미국철강노조(USW)는 일본제철의 인수가 대규모 노동자 해고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토마스 콘웨이 USW 회장은 "일본제철의 인수는 장기적으로 미국 철강 산업의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US스틸의 주요 생산 시설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정치권에서도 노조의 입장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日총리 '손 편지'까지 보냈지만

일본제철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제철은 미국 내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인수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연내 인수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보였다.

일본제철은 그동안 US스틸의 몬밸리 제철소와 게리 제철소에 총 13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고용 유지와 미국 철강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대가 계속되자 최근에는 US스틸 직원들에게 1인당 약 72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까지 나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인수 승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23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가 종료되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최종적으로 불허할 것으로 보인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서 "나는 한때 위대하고 강력했던 US스틸이 외국 기업, 이번 경우 일본제철에 인수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우리는 일련의 세제 혜택과 관세 조치들로 US스틸을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조속히 이뤄질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나는 이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막겠다"고 강조했다.

■M&A 美정부 개입, 미일관계 영향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무산은 미일 경제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국은 오랜 기간 경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사건은 일본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일본 기업의 대규모 인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 향후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양국 간 경제 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의 인수를 불허한 이번 사례는 향후 유사한 거래에서 미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트럼프 1기 미국 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것은 아주 근시안적이며 중국의 철강 지배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동맹국과의 거래는 중국의 야망에 대응하고 다른 적대국 정부를 상대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번 거래를 막는다면 중국은 이를 미일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인식할 것"이라면서 "인수 불허는 중국 공산당의 선전 기계에 선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소송 준비, 로비 투트랙

그럼에도 일본은 인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본제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반대 입장에 대해 "인수는 US스틸을 성장시키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국가안보를 강화한다"며 이달 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하지 않았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개별 기업의 경영에 관한 사항이므로 코멘트를 삼가겠다"면서도 "미일 상호 투자 기회가 확대해 경제 관계를 한층 강화해 가는 것은 서로에게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적이고 포섭적인 경제성장 실현에 기여할 사항에 대해서는 추진해야 한다"면서 일본제철의 입장을 지지했다.

일본제철은 인수가 불발될 경우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제철 측은 미국 정부가 법에 규정된 절차를 위반하면서 인수를 방해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슷한 경우의 소송에서 미국 정부가 패한 사례가 극히 적어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일본제철은 친노조 성향의 직원들을 보내 반대파를 설득하고, 모리 다카히로 부회장 겸 부사장이 데이비드 맥콜 USW 회장을 만나는 등 물밑 로비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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