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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제조업체 A사는 매출 감소 여파로 최근 들어 대출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채널이 바뀌면서 납품단가 압박이 높아져 수익성은 더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뜩이나 큰 이자 부담이 더 가중되고 있다"며 "은행은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서 이자율을 높이니 자금 상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5일 서울 중구의 대형 곱창식당은 주말 점심에도 빈자리가 많았다. 식당 관계자는 "연말인데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예약들이 취소되고 있다"며 "작년 말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수 부진에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미 대출 관련 각종 지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서민층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신용정보원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연체 개인 및 개인사업자 차주는 6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연체 건수는 2146만건, 연체 잔액은 총 49조4441억원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경제의 허리층인 40·50대 연체 차주가 가장 많았고, 동시에 이들의 연체액 규모가 가장 컸다. 40대 연체 차주 139만9000명이 13조6255억원을 연체했고, 50대의 경우 141만4000명이 13조8064억원을 연체했다.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은 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신용카드 거래대금에서 연체가 발생하면 5거래일 내에 정보가 등록된다.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김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1.7%에서 지난 10월 말 29.7%까지 올랐다. 연체 잔액도 올해 1월 134억원에서 10월에는 477억원으로 늘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체가 있거나 소득 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도 즉시 빌려주는 제도다. 급전을 구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해 3월 도입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층의 연체율이 타 연령대보다 높았다. 20대의 연체율이 36.2%로 가장 높았으며 30대(32.4%), 40대(29.6%), 50대(26.3%), 60대(22.6%), 70대 이상(22.6%) 순이었다. 경기 둔화 여파에 취업난까지 겹쳐 청년층의 빚 상환 여력이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과정이 간단해 차주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있지만, 매달 몇천 원밖에 되지 않는 소액생계비대출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취약계층의 상환 능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지난달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면 '서민 급전 통로'로 여겨지는 2금융권 가계대출 상품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 중 여전업권 가계대출은 카드론 증가로 전달 대비 6000억원 늘었다. 보험업권은 보험계약을 담보로 한 약관대출 중심으로 6000억원, 저축은행업권은 신용대출 위주로 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 취약계층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불법 사금융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불법 사금융 상담 건수는 4만2409건으로, 작년 전체 건수(1만130건)의 4배를 이미 넘어섰다.
가뜩이나 취약한 데다 최근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고통을 키울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12일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4%가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발표가 이뤄진 지난 3일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매출 감소액은 △100만~300만원 44.5% △300만~500만원 29.1% △500만~1000만원 14.9% 등으로 조사됐다.
[박나은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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