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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회사 보유 땅·건물 팔아 연명”…올해 부도 건설사, 전년比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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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27곳, 2019년 이후 최다
지방업체가 85%로 대다수
내년에 더 큰 한파 닥친다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 불가피


매일경제

서울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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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알려진 큰 회사야 협상을 통해 공사비를 올려 받을 수 있다지만, 우리 같은 2차, 3차 하도급 업체는 어림 없어요. 회사 보유 토지와 건물을 하나, 둘 정리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입니다.”(전남 나주의 한 중견건설사 대표)

건설업계에 불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더이상 경영 악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올해에만 27곳 건설업체가 부도 처리됐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지방 소재 건설사의 재정 상황이 더욱 심각한 상황인데, 부도 업체의 85%가 지방에서 나왔다.

15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말소된 업체 제외)는 총 27곳으로, 이는 전년 동기(13곳)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연간 통계로 봐도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부도 건설사는 2019년 49곳에서 2020년 24곳, 2021년 12곳, 2022년 14곳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업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작년에는 21곳이 부도했고 올해에는 그 수가 30곳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부도 업체를 보면 종합건설사가 11곳, 전문건설사는 16곳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경쟁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부도 건설사는 서울(1곳), 경기(3곳)를 뺀 85%가 지방 업체다.

지역별로는 부산(6곳), 전남(4곳), 경남(3곳) 순으로 부도 업체가 많았다. 이달 3일에는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종합건설사인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오투그란데’ 브랜드로 알려진 이 회사는 1988년 설립됐다. 2022년 2156억원, 2023년 1743억원의 매출고를 올린 전북 시공능력평가 4위의 중견업체지만, 미분양 적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부산의 시공능력평가 7위 종합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부도는 아니지만, 경영난으로 스스로 폐업하는 건설사도 늘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특히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가 394곳으로 20.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1710곳으로 8.3% 늘었다.

신규 등록 종합건설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1∼10월 신규 등록 업체는 375곳으로 작년 동기(923곳)보다 59.4% 급감했다. 반면, 이 기간 전문건설업체 신규 등록은 4199곳으로 8.4% 늘었다.

부도를 맞거나 폐업하는 건설사가 늘면서 건설 관련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올해 9월 국내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5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 감소 폭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 2월(-5.6%) 이후 11년 8개월 만이다. 10월 건설업 취업자도 소폭 개선되긴 했지만, 4%대(4.3%)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건설업계 불황이 다가오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원도급 업체인 종합건설사가 받은 부도·폐업 충격은 하도급사인 전문건설업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는 올해 1.4% 감소한 건설투자가 내년 2.1%로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목 부문은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감소로 공공공사 수주가 줄고, 민간 공사에도 반도체를 비롯한 설비투자 확대가 지연되는 점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액이 늘어 들어온 돈으로 버틸 수 있었다”면서도 “내년부터는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수도권은 그나마 재개발, 재건축 물량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지방은 올해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며 “이로 인해 신규 공급 여력이 좋지 않은데, 내년엔 입주 물량까지 줄어 지방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업 폐업 신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에 따른 협력 업체 보호 방안이 미흡한 상황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중소·중견는 건설자재, 장비업자, 노동자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이들 업체가 원청 건설사의 부도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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