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기반의 인공 난소를 주사로 주입한 뒤 여성 호르몬이 성공적으로 분비되는 과정을 표현한 모식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에 기존의 약물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난소’가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 연구팀은 세포 기반 인공 난소를 개발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생체재료 연구(Biomaterials Research)’에 게재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진은 난소에서 호르몬을 생성하는 세포를 분리한 뒤 난소와 비슷한 구조로 된 미세한 크기의 난소 세포 하이드로겔(수분 함유 고분자 물질) 구조체를 만들어 세포간 상호작용에 따라 스스로 호르몬을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일반적으로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 무렵 갱년기가 시작되면 여성의 난소 기능은 점진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여성 호르몬 분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월경중단과 안면홍조, 기분변화, 수면장애 같은 증상이 흔히 나타나며 심혈관질환과 골다공증 등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약물을 복용해 급감하는 호르몬을 보충하면 이런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지만 약물치료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알려져 호르몬 치료를 꺼리는 경우도 잦다.
연구진은 신체에 안전한 여성 호르몬을 생성할 수 있게 난소 세포에서 유래한 인공 난소 개발에 나선 결과 90일간 체외에서 배양한 이 인공 난소가 난소 호르몬을 성공적으로 생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인공 난소를 월경이 끝난 실험쥐에 주사로 주입한 뒤 이 인공 난소 그룹을 난소를 그대로 유지한 그룹과 잘라낸 그룹, 호르몬 약물치료를 시행한 그룹 등의 대조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인공 난소 그룹에선 여성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고, 체중증가·골다공증 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이 호전됐다. 특히 호르몬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유방암의 위험성이 낮아졌다.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방조직 과형성이 발생하지 않았고 유방암 관련 표지자들의 발현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생체재료를 활용해 주사로 쉽게 주입할 수 있는 인공 난소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기존의 약물치료를 대체할 더 편리하고 안전한 호르몬 치료 방법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정렬 교수는 “세포 기반 인공 난소는 체내의 호르몬 자가조절 기전을 따르므로 약물로 대체하는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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