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제1 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벌인 끝에 대권을 잡았다. 정치권에 투신한 지 8개월여 만이었다.
그러나 초고속으로 정점에 오른 윤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라는 자충수를 둔 지 11일 만에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맡으며 가시밭길…“사람에 충성 안한다”로 각인
[사진=JTBC뉴스룸 캡처] |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고시에 수차례 낙방한 끝에 서울대 법대 동기들보다 뒤늦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잠시 공직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1년간 일했다. 이듬해 검찰로 복귀해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별수사 요직을 거쳤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팀장을 맡으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법무부 반대에 가로막혔다. 이후에는 상부 허가없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는 이유로 그해 10월 직무배제됐다.
윤 대통령은 2013년 10월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새누리당 법사위원인 정갑윤 의원으로부터 “조직을 사랑하는가,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록 중 가장 유명한 말로 남았다.
박근혜 정부 후반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해 재기의 날개를 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정면충돌했고,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불법 혐의만 있으면 성역없이 적극 수사를 벌인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직행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 차이로 꺾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정권에 걸쳐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선 끝에 자신이 권력이 된 것이다.
조국 수사 진두지휘하며 文정부와 충돌...“살아 있는 권력에 맞선다” 보수 진영 희망으로
지난 2022년 2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경남 김해시 김수로왕릉 앞 광장에서 유세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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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기준 취임 첫 주 52%를 기록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으며, 탄핵 직전 주에는 11%를 기록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탄핵 소추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야당은 김 여사 일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지난해 말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올해 9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고 폭로하면서 김 여사 리스크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났다.
끊이지 않은 김건희 여사 잡음...거대 야당과 타협보다는 강대강 대결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3년 10월 13일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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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압도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은 네 차례에 걸친 김 여사 특검법 등 여러 법안을 단독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그럴 때마다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섰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5건의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12년간 재임한 이승만 대통령의 45건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여기에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와 검사에 대한 탄핵까지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은 여당과도 불화했다.
지난해 12월 여권 주류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히는 데 성공했다.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양측 관계는 급속도로 틀어졌다. 이 역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차가 결정적이었다.
윤-한 갈등이 빚어낸 파열음은 당 외부로 흘러 나갔고,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여당은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열했고, 친한계의 이탈은 탄핵 가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에 강한 집착...비상계엄 선포로 결국 자충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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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의 충돌, 당정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갖가지 의혹까지 꼬리를 물자 윤 대통령에게는 강골 검사 이미지는 사라지고, 불통과 고집이라는 부정적인 그림자가 뒤따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차츰 배타적으로 변모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국무위원이 계엄에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고립을 자초한 윤 대통령은 결국 비상계엄 선포라는 무리수를 선택했고,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로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며 스스로 독배를 마신 셈이 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의혹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선관위에 진입한 이유가 이른바 ‘부정 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밤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등에 진입한 이유에 대해 “‘부정 선거’ 의혹과 관련한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2년 반 국정 성과 나열하며...“잠시 멈춰 서지만 미래를 향한 여정 안 멈출 것”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 중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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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가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이어질 검경의 내란죄 수사에서도 지난 12일 담화에서 밝혔던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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