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출구 없는 의정갈등, 겨울 의료공백 어쩌나··· '올스톱' 의료개혁 [尹대통령 탄핵 가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년 전공의 모집 저조··· 병원 인력난 불가피

낙상·심뇌혈관질환 많은 겨울철 의료공백 우려

'처단'에 등돌린 의료계··· 수습 방안도 안보여

의료개혁특위도 중단··· 2차실행방안 발표 불투명

전문가 "정권 안 타는 의료개혁, 논의 이어가야"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킴에 따라 정부가 역점을 둬 온 의료개혁도 멈춤이 불가피해지며 앞일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됐다. 의사단체들이 반발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이미 수시모집 합격자도 나와서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이미 길어질 대로 길어진 의료공백이 더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는 게 문제다. 갈등 상황을 수습할 만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당장 겨울철 진료공백 발생 가능성부터 문제다.

의료개혁 과제들을 논의해 온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의료개혁 과제들은 정치적 혼란을 떠나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인 만큼 정권과 무관하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료공백을 계기로 그간 의료계가 주장해 온 사항들을 특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좌초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의료개혁 과제들의 성격이 정권에 따라 방향성이 급격히 바뀌지 않는 만큼 그간 논의한 개혁과제를 정부안으로 구체화해 향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해결 기미가 없는 의정갈등 속에 전공의들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겨울철 진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겨울철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낙상사고가 많을 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한랭질환 등 환자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의료 수요에 대응해야 할 병원들은 내년에도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게 됐다. 지난 9일 각 수련병원별로 마감한 내년 상반기 전공의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당초 모집인원 3594명의 8.7%인 314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내년 1월 22~23일 원서를 접수하는 인턴(수련의) 과정은 모집인원이 3356명이지만 모집 대상자인 의사 국가시험 필기 합격자가 극도로 적을 것이 분명하다. 응시인원이 전년대비 10분의1 수준인 304명에 불과하다.

이미 일선 대형병원의 인력난은 만성화한 상태다. 서울 시내 ‘빅5’ 대형 병원의 전체 전공의 수는 올 9월 기준 238명으로 2022년 2437명, 지난해 2742명에 비해 10분의1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이에 빅5 병원 전체 의사 인력 수도 2022년 6591명, 2023년 7042명에서 올해 4463명으로 급감했으며 전체 의사의 40% 안팎을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도 5% 내외로 대폭 떨어졌다. 빅5 병원 관계자는 “결국은 수술을 할 의료진이 필요한데,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병원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전문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자 폭이 조금 줄어드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우선 겨울철 비상진료 대응방안에 따라 중증·응급진료와 응급실 후속진료 강화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땜질성 대책으로 일각에서는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 온 정부 예비비가 내년 예산안에서 대거 삭감되면서 정부 지원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문제는 이 같은 공백을 수습할 뾰족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여야의정협의체가 의사단체들의 이탈로 사실상 좌초된데 이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 변화 속에 마땅한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의료계가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 속 ‘전공의 등 의료인 미복귀 시 처단’ 조항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탓에 아예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나선 상황이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료개혁 동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특위는 당초 19일로 예정했던 비급여·실손보험 개선방안 공청회를 비롯해 모든 일정을 취소한 상태다. 대한병원협회 등 의사단체들이 계엄 포고령 속 ‘처단’ 표현에 분노하며 참여를 중단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공청회 논의를 바탕으로 연내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해졌다.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데 개혁과제를 논의하기 쉽지 않다.

특위가 중단될 경우 의료개혁 동력이 결정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위는 10월부터 시작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비롯해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수가 등 보상체계 현실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은 이달 말 발표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핵심 사안으로 관심을 모아 왔다.

박 차관은 지난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의료개혁 방안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논의를 진전시켜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인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역·필수·공공 의사 부족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정치상황이 어떻든 개혁 논의는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이야기해도 개혁은 계속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며 “늦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위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특위에서 논의한 개혁과제들을 정부안으로 정해서 의제 자체가 소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의료개혁이 이른바 정부를 타는 정책이 아닌 만큼 정부안이 만들어지면 차후 의사결정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서라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만 해도 복지부와 금융위원회 간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야당 역시 큰 틀의 의료개혁에 찬성하기에 의제가 사라지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