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업황에 나온 대형 매물…수익 내기 유리한 중동 아니면 인수 어려워
매수자 우위 국면에 협상 길어지는 듯…"구조조정에 정부 지원 필요" 목소리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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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1년 넘게 끌어온 LG화학(051910)의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 매각 작업이 또다시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시황이 최악에 빠지면서 매수자와 협상 줄다리기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급할 게 없는 유력한 매수 후보자는 가격 등 다양한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최종 결단을 미루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쿠웨이트석유공사(KPC)의 자회사와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합작 법인을 세우고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 유력하다.
LG화학이 2조 6000억 원을 투자한 NCC 2공장은 나프타를 열분해해 기초유분인 에틸렌을 연간 80만 톤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통매각이 이뤄질 경우 약 3조 원에 달하는 대형 매물이다.
여수 NCC 2공장 매각설은 지난해 7월 처음 등장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의 저가 물량 폭탄 직격탄을 맞고 실적 하락세에 접어든 시점이다. 지난해 LG화학(석유화학 부분)의 영업손실은 1440억 원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는 370억 원이다. 앞으로 중국 내 예정된 증설 예정 물량과 중동발 공급이 더해지면 당분간 회복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LG화학은 보유한 NCC 시설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여수 2공장을 매각 대상으로 택했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만큼 매수자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기존 여수 NCC 1공장에서 생산한 기초유분만으로 석유화학(다운스트림) 공장 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업계에선 매각 지연 이유로 석유화학 시황 부진을 꼽았다. 매수자는 최악의 시황에서 급하게 거래를 마무리할 이유가 없다. 매물이 추가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갑'의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다. LG화학은 현재까지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 입장에선 중동 기업을 제외하면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 산유국인 중동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프타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기업과 달리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NCC 인수 이후 국내 기업이 확보한 영업망을 활용한다면 안정적인 매출까지 얻을 수 있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 이후 확보한 자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초 소재 비중을 낮추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오는 2030년에 3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신약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경쟁력에서 밀린 현재 시점에선 국내 기업 간 빅딜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규제 완화와 금융 혜택을 제공한다면 빠르게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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