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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한국미래가 암울하다는 증거”...유학인재 급감이 韓경제에 던지는 위기음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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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먹여살리는 인재들
美유학생 15년새 42% 급감
인구감소 속 경제력까지 축소
‘얇아진 중산층’ 현실 투영돼

대만은 2만명대 꾸준히 유지
최근 10만명 감소에 놀란 中
‘인재 회귀’ 종합대책 내놓아


매일경제

세계가 놀랄 ‘고도성장’을 이뤄낸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3박자’가 척척 맞았습니다.

경제의 3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력을 기준으로 성장 중심이라는 방향성 아래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민간·공공의 공격적 투자, 그리고 뜨거운 교육열이 일군 양질의 인재 공급이 세계 최고의 경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중에서도 해외 경제 석학들은 한국의 성공 비결로 탁월한 인적 자본을 꼽습니다.

주지하듯 삼성을 일군 고(故) 호암 이병철 창업주의 핵심 경영철학이 인재 제일(人材第一)이었고, LG의 그룹 문화는 사람을 아끼고 화합하며 키우는 인화(人和)입니다. 추억의 방송 ‘장학퀴즈’로 상징되는 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경영철학 역시 인재보국(人才報國)이었습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최근 미국 경제를 향해 “TSMC 첨단 공장이 미국에 들어서도 양질의 숙련된 노동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한국과 같은 나라가 과감한 일자리 재교육 투자 등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 공급을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죠.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도 한국의 성공 비결로 이 같은 인재들이 뿜어내는 ‘창의성’을 강조합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의 성공은 물론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방면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인재 배출의 한 축인 해외 유학생 데이터를 보면 이 같은 낙관적 평가에 강한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한국의 인구소멸 속도를 능가하는 급격한 해외 유학생 축소가 그것입니다.

미국 대학에 등록한 해외 유학생들을 국적별로 추적할 수 있는 오픈도어스 사이트에서 지난 20년간 한국은 현지 유학생 규모가 최대치(2008년 7만5065명) 대비 최저치가 올해 4만3149명으로 무려 42.5% 줄었습니다.

이는 한국과 비슷한 인구감소 위기를 겪고 있는 대만(20.4%)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감소세입니다. 대만 유학생은 2006년 2만9094명에서 올해 2만3157명으로 줄었지만 한국보다 감소폭이 더딥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20년간 한 번도 2만명대가 붕괴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아시아 주요국 중 일본만이 한국보다 더 심각한 66.8%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4년 4만2215명이었던 미국 유학생이 올해 1만3959명으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매일경제

한국 대만 일본 미국 유학생 연도별 추이(단위=명), 자료:오픈도어스


미국 유수 대학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유망 학문을 습득하고 연어처럼 한국 경제를 향해 힘차게 회귀하는 인재의 파이프라인이 급격히 좁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해외 유학생이 감소한다는 것은 비단 한국 경제에 인재 부족과 더불어 또 다른 위기의 신호음입니다. 해외로 유학을 보내기 어려울 만큼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인 ‘중산층’이 줄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청소년들의 비관적 미래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 삼성, SK, 현대차 등 이름 있는 한국의 세계적 기업들은 국내 투자보다 미국 등 해외에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내 이들 대표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삼성, SK, 현대차는 매년 상반기 발표하던 신규 일자리 채용 목표를 언제부턴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대 입학을 선호하면서 풍선 효과처럼 커지는 공대생 자퇴율은 이런 한국 대표기업들의 일자리 축소와 무관치 않습니다.

중국도 줄어드는 유학생 규모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습니다.

오픈도어스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2019년 37만명을 돌파했던 미국 유학생은 올해 27만7398명으로 10만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 부처들은 지난 금요일 공동으로 ‘유학 인재 귀국 복무공작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인사부, 외교부, 교육부, 과학기술부, 공안부 등 10개 부처가 합심해 발표한 것으로, 정부는 해외 유학생들이 중국의 고품질 경제 발전을 실현하는 동력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들이 국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과학연구 스테이션 조성 등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TSMC 보유국인 대만의 경우 지난 20년간 2만명대가 흔들리지 않는 비결로 대학 간 탄탄한 유학 연계 시스템이 꼽힙니다.

해외 유학파 인재의 급감에 일찌감치 대응해온 일본은 한국 경제에 중요한 반면교사입니다. 급감하는 유학 인재 풀을 키우기 위해 10년 전 당시 아베 정부는 기업들을 상대로 유학파 채용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유학생들에게는 무이자 융자 지원, 일본 로컬 대학들에는 외국 대학과 학기제 차이 축소 등을 유도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입니다.

지난해 1만명 초반대로 내려앉은 현실을 볼 때 아시아 경제 대국 일본의 한 해 미국 유학생은 조만간 9000명대로 붕괴될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심지어 일본 경제력의 10분의 1(GDP 기준)인 방글라데시조차 지난해 1만7099명이 미국에서 유학 중으로 사상 첫 일본을 추월했습니다.

언론이 경제력 측정 지표로 쓰는 국내총생산(GDP)보다 어쩌면 해외 유학생 추이는 그 나라의 사회·경제 현실과 미래 흐름을 더 정확히 알려주는 지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20년 전 미국에 고작 3670명의 유학생을 보낸 베트남은 지난해 2만2066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이 방글라데시에 추월당한 것처럼, 베트남도 곧 한국을 추월해 중국 다음으로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인재보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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