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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단독] ‘계엄군 헬기’ 서울 진입 막은 대령 “(출동) 목적 말하지 않아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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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수방사 대령, 한겨레21과 통화에서 진입거절 이유 밝혀
부승찬 의원 “수방사 비행 승인 요청 건의, 육군 승인 적법성 따져야”


한겨레21

국회 사무처가 2024년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 헬기가 국회 운동장에 도착한 모습이 담긴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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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 헬기의 국회 진입을 1시간 가까이 막은 ㄱ 수도방위사령부 대령이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출동) 목적을 계속 물어도 답하지 않아 (헬기 진입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12월12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답변 자료와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ㄱ 대령은 12월3일 밤 10시49분께 계엄군을 태운 헬기가 서울 공역으로 진입하려고 하자 진입 승인을 세 차례 보류했다. 당시 특수전사령부 예하 특수작전항공단 602항공대대가 긴급 비행 계획을 유선으로 접수했으나 목적을 밝히지 않아 진입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ㄱ 대령은 12월12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헬기와 드론까지 매일 (진입을) 승인 검토하는 게 내 일이다. 긴급 비행 계획도 산불 진화나 응급환자 후송 등 통상적 사유로 하루에도 몇 번씩 승인하는데 (계엄군) 헬기는 계속 (진입)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전사 쪽에서 계속 (승인해 달라는) 전화가 온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승인을 하냐’며 (하급자를) 야단쳤다”고 말했다.



ㄱ 대령은 헬기 진입을 여러 차례 보류했음에도 요청이 지속되자 합동참모본부와 계엄사령부에 차례로 상황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승인) 권한이 우리(수도방위사령부)한테 있다고 봤다. 그래서 세 차례 정도 보류를 했는데 전화가 계속 오더라. 그래서 수도방위사령부를 통제하는 합동참모본부에 문의를 했더니 ‘관련 없다’는 답변을 받아 그 다음엔 계엄사령부에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특전사 쪽은 세 차례 이상 진입이 보류되자 그제서야 '국회로 간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ㄱ 대령이 문의한 계엄사령부 지휘 계통은 조종래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이라고 한다. 조종래 부장은 ㄱ 대령의 전화를 받고 ‘검토하겠다’고 답한 뒤 12월3일 밤 11시31분께 ㄱ 대령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와 ‘진입을 허가한다’고 지시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전화로 들은 ㄱ 대령은 그제서야 헬기 진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2024년 12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정보작전참모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 작전이 막 전개되고 C4I(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긴급상황이라 들어가는 헬기인가보다 하고 ‘알았다’고 얘기해 승인돼 내려간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에 계엄군 헬기는 밤 11시43분께 서울 공역(R75) 안으로 최초로 진입했다. 헬기가 진입 승인을 최초 요청한 밤 10시49분부터 1시간 가까이 소요된 것이다. 그 사이 시민들이 국회로 운집하고,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면서 계엄군의 국회 통제가 어려워졌다. 만약 헬기가 바로 국회로 진입했다면 군이 더 빠르게 국회를 통제할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당일 밤 헬기 진입을 승인한 과정은 조사를 통해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내란죄 가담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수도방위사령부가 부승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수도방위사령부가 “안보폰으로 승인을 건의”했다고 적혀있다. 수방사가 계엄사에 직접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뜻처럼 읽힌다. 그러나 ㄱ 대령은 이에 대해 “계엄사더러 판단을 해 달라고 한 것이지 그런(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부승찬 의원은 “수도방위사령부의 비행 승인 요청 건의와 육군 쪽의 비행 승인 각각이 적법한 행위였는지 엄중히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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