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2시쯤 긴급 입장문을 통해 “오늘 아침 윤석열의 담화는 민심을 더욱 분노케 한다”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조금의 반성도 없이 여전히 내란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회 후 행진 목적지를 기존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들은 태극기 부대 등 극우 세력과의 충돌을 우려해 참가자들을 자중시키는 대응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민주노총·윤석열 퇴진비상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경찰 저지를 피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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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노동자 시민대회를 열고, 오전에 발표된 대통령의 4차 담화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박영환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얼빠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며 “염치 모르는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 무대 인근 건물에서 일하는 회사원 등 일반 시민들도 거리로 나와 분통을 터뜨렸다. 민혜진(31)씨는 “오전 대통령 담화를 보자마자 너무 화가 나서 거리로 뛰쳐나왔다”며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대통령이 담화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길래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27)씨는 “근무시간이지만 담화 내용을 납득할 수 없어 잠깐 시간 내서 나왔다”며 “경제·산업에 미친 타격이 큰데, 계엄령을 마치 경고 메시지처럼 활용했다는 말은 경솔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엔 오후 3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4000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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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오후 3시 45분쯤 숙대입구역 앞 남영삼거리 일대에선 삼각지역 방향으로 나가려는 참가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이 뒤엉키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버스를 동원해 차벽을 설치하고 전 차로를 점거한 참가자들을 인도 쪽으로 유도했으나, 참가자들은 버스정류장 펜스를 넘어가고 몸싸움을 하는 등 경찰 지시에 불응하기도 했다. 이후 700여 명의 시위대는 대통령실로 가는 길이 막히자 오후 5시 한강진역에 재집결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그러던 중 관저에서 300m 떨어져 있는 북한남삼거리에서 또다시 경찰과 1시간 넘게 대치했다.
이날 자유통일당과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 보수단체는 민주노총 등의 집회 장소에서 약 700여m 떨어진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같은 시각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발표된 대통령 담화문 내용을 옹호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고 외쳤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최원오(74)씨는 “담화문을 읽던 대통령님이 많이 불쌍해 보였다”며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으면 일 잘하도록 밀어줘야 하는데 본인들 사리사욕만 챙기려는 야당 때문에 여기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온 장영숙(69)씨는 “오늘 담화문에 마음이 아주 아팠다”며 “계엄령 이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던 보수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상되는 14일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앞 촛불 시민들의 화력이 더 커질 것이란 경찰 예상이 나온다.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들은 토요일 집회에 역대 최대 규모 인원인 200만 명이 결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보단체 관계자는 “지역별 버스 운행을 늘리는 등 전국 각지의 시민들 집결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에서도 지난 7일보다 집회 인원이 더 늘 것으로 보고 기동대 배치 등 준비태세에 나섰다. 관할서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가 예상되기에 당일 오전 집회 임박한 시간에 경력 배치를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국회 앞 집회엔 경찰 추산 16만 5000명이 모였다.
김서원·김창용·오소영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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