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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독재정권에 해방되자마자 ‘외세 각축장’ 된 시리아···“더 큰 분쟁 휘말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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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시민들이 시리아 반군 깃발을 들고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의 붕괴와 내전 종식을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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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붕괴한 뒤 시리아의 권력 공백 및 혼란을 틈타 외세의 개입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 등 열강은 표면적으로는 “시리아 국민이 시리아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며 시리아의 자결권을 존중하면서도, 한편에선 각자의 명분을 내걸며 세력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알아사드 정권의 급격한 몰락으로 이를 지원해온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미국과 튀르키예, 이스라엘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력 사용도 서슴지 않으며 세력 확대를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세 국가는 정권 붕괴로 시리아 영공이 뚫리자 곧바로 수백 발의 미사일을 시리아에 쏟아붓는 등 폭격을 이어갔다.

공격 명분은 제각각이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잔당의 재결집을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자국군 900명을 시리아에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혼란을 틈탄 IS의 준동을 막겠다며 8일 이후 140차례에 걸쳐 시리아 중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시리아에 남아있는 전략 무기를 파괴하겠다며 350차례 이상 대규모 공습을 연일 퍼부었다. 특히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마자 1967년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과거 휴전협정으로 합의한 양국 간 ‘비무장 완충지대’를 점령하는 등 영토 확장 야욕을 노골화했다.


☞ 시리아 혼란 틈타···영토 야욕 드러내는 이스라엘, 시리아 침공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01623001


튀르키예는 반군의 수도 함락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곧바로 ‘눈엣가시’였던 쿠르드족 민병대에 대한 타격에 나서는 한편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특정 무장세력에 힘을 실어주며 반군 집단 간 세력 다툼에 개입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동북부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이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과 합세해 독립을 추진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다른 나라 영토에 관심이 없다”면서 “우리 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테러 공격으로부터 우리 조국을 지키는 것”이라고 공격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런 외세의 개입으로 알아사드 정부 함락 직후 반군 집단끼리 충돌하는 등 ‘제2의 내전’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국민군(SNA)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온 SDF와 충돌해 최소 218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세력은 오랫동안 반목하며 역내 주도권 다툼을 벌여왔고, 알아사드 정권 붕괴 직후 SDF가 SNA 거점인 북부 만비즈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는 무인기(드론) 공격 등을 통해 SNA를 공중 지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의 ‘쿠르드 테러리스트’가 가능한 한 빨리 진압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북부에 있는 국방부 산하 바르제흐과학 군사연구소가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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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IS 격퇴전을 함께해온 SDF는 “미군이 우리를 버렸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마즐룸 코바니 SDF 총사령관은 11일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많은 인명을 희생하면서 이 지역을 미군과 함께 (IS로부터) 해방했는데, 이곳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결단은 없었다”며 혼란을 틈타 IS가 다시 득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DF는 미군과 합동 작전을 벌여 만비즈를 IS로부터 탈환한 뒤 8년간 통치해 왔다. SDF는 그간 미국의 지원으로 IS 조직원들을 수용하는 수감시설을 운영하고 난민 캠프도 관리해 왔는데, 친튀르키예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다시 IS가 준동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유혈 충돌 끝에 두 반군 조직은 이날 미국의 중재로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외세 개입이 계속되는 이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시리아 전문가 브로데릭 맥도널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각 세력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권력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독재 정권이 무너진 후 여러 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시리아가 (외세 개입으로) 더 큰 분쟁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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