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사주 '이팀장' 징역 7년…"상징적 문화재 더렵혀"

'불법 사이트' 낙서 지시…"비난 가능성·범행 후 정황 안 좋아"

경복궁 낙서 10대도 유죄…"문화재 의미 이해할 나이인데 훼손"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입구 벽이 낙서로 훼손돼 펜스가 설치돼있다. 2023.12.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불법 온라인 사이트 이름 등을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하도록 10대 학생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일명 '이팀장' 강 모 씨(30)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12일 문화재 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강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억1000만여 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강 씨는 경복궁이라는 상징적 문화재를 더럽혀 사회적 충격을 줬고 이를 모방한 범죄가 바로 다음 날 발생하기도 했다"며 "복구에 상당한 예산과 인원을 들였지만 완전한 복구는 불가하며 1억3000만 원이 넘는 복구 비용을 보상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씨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게시했으며, 불법 도박사이트 배너를 통해 범죄 수익을 올리는 등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강 씨는 수사 중에 도주하고 법정에 이르기까지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내 책임을 전가하려 했지만, 마지막 증거가 제출되자 자백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 씨의 사주를 받아 경복궁에 낙서한 임 모 군(18)은 장기 2년에 단기 1년 6개월, 김 모 양(17)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강 씨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범행을 도운 조 모 씨(20)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 군은 고등학생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문화재 의미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돈을 준다는 제안을 받고 가치가 높은 경복궁 담장을 훼손했다"며 "여러 번 소년 보호 처분을 했음에도 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강 씨는 지난해 12월 임 군에게 10만 원을 송금하고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에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명이 기재된 약 30m 문구를 페인트로 낙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각종 영상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영화 등 타인 저작물, 음란물, 불법 촬영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배포한 혐의도 있다.

강 씨는 지난 5월 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요청해 수갑이 풀린 상태를 틈타 도주하기도 했다.

강 씨는 지난 8월 첫 재판에서 "낙서 지시를 주도한 것은 본인이 아닌 '김 실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주장을 뒤집고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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