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전남 보성군 득량면 들녘에서 농민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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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성적인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 한 해 동안 벼 재배면적을 8만㏊(헥타르) 줄인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미지수인 가운데, 정부는 일단 이번 대책으로 쌀 초과생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시행할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발표했다.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그만큼 빠르게 줄어들지 않으면서 정부가 계속해서 쌀을 사들여도 쌀값이 좀처럼 회복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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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배면적 69만7714㏊…‘11.5% 급감’ 목표
우선 예고했던 벼 재배면적 8만㏊ 감축 목표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시·도별로 감축 면적을 배분하고, 농가가 감축에 참여하지 않으면 공공비축미 매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재배를 줄인 농가는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매입할 때 물량을 더 배정해 우대한다.
벼 대신 논콩‧깨 등 다른 작물 농사로 바꾸는 농가에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금을 전보다 높인다. 또 유기농‧무농약 등 친환경 벼 재배로 전환한 농가도 감축 실적을 인정하기로 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69만7714㏊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내년 8만㏊ 감축 목표는 전체의 11.5%를 한 해에 줄이겠다는 말이다. 여의도(290㏊)의 27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내년에 먼저 빠르게 재배면적을 감축해, 그동안 발생한 공급 과잉을 한꺼번에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최명철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이 너무 큰데, 이를 한 번에 맞춰야 쌀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2026~2029년에는 재배면적을 60만㏊ 수준으로 맞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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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 ‘쌀 의무 매입법’ 거부권 어려울 전망
송미령(왼쪽 두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주요 쌀 생산자 단체장 등과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를 개최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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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도 쌀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규모 쌀 매입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양곡 가격이 평년 미만으로 내리면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법까지 시행되면 정부 재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앞서 양곡법 등 개정안에 반대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지만, 탄핵 정국 속에 있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은 오는 21일까지 행사가 가능한데, 만약 이번 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의 ‘1호 민생 법안’인 양곡법에 거부권을 쓰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벼 재배면적과 감축과 함께 ▶쌀 품질 고급화 ▶신규 수요 창출 ▶산지 유통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쌀 수요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직접 맛‧향이 뛰어난 품종을 선정‧보급해 2029년까지 생산량의 90%를 정부 보급종으로 만들 계획이다. 고품질 쌀 위주의 생산·유통을 위해 쌀의 단백질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고, ‘지역’ 중심의 쌀 시장을 ‘품종’ 중심으로 바꾸는 홍보도 강화한다.
아울러 쌀을 활용한 전통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조업체에 대한 주세 감면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수요가 높은 장립종 쌀이나 혈당 저감 기능성 품종 개발을 위한 R&D를 지원한다. 최명철 정책관은 “쌀 생산 체계를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친환경 체제로 전환하고, 쌀값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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