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대국민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 뒤에 페데리코 스투르세네게르 경제장관이 앉아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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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초강력 긴축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경제달러화와 중앙은행 폐지 등 대선공약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지 클라린은 11일(현지시간) 밀레이 대통령의 20대 대선공약에 대한 이행 여부와 정도를 분석해 보도했다.
신문은 △이행된 공약 2건 △이행 중이며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공약 10건 △이행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공약 4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공약 4건 등으로 공약 이행률이 60%를 기록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행된 공약은 재정지출 감축과 정부조직 내 인적자본부 신설 등이었고 가시적인 진전을 기록 중인 공약은 인플레이션 잡기, 경제달러화 등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밤 대국민 국정보고 브리핑을 열고 "더 깊게 톱질을 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 대선 기간 동안 밀레이 대통령은 방만한 공공부문 재정지출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겠다며 전기톱 퍼포먼스 유세를 펼친 바 있다. 톱질을 보다 깊게 하겠다는 건 공약 이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말로 풀이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특히 감세를 약속하면서 내년엔 중앙은행 폐지, 경제달러화 등 주요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감세와 관련해 밀레이 대통령은 "2025년엔 세금 90%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사회 등에선 "너무나 파격적인 감세 드라이브이어서 실현성이 의심된다" "세수가 90% 줄어든다면 국가운영이 가능하겠는가" "감세가 단행된다면 가장 수혜를 볼 산업분야는 어디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의견이 분분하자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대통령의 발언이 약간 강했다. 해석상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었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세율을 90% 낮추겠다는 게 아니라 세금의 90%를 폐지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페데리코 스투르세네게르 경제장관은 "명목상 존재하지만 세수실적이 미미한 세금이 많다"며 "이런 세금을 폐지해 지나치게 복잡한 세제를 간소화하겠다는 게 대통령 발언의 진위였다"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중앙은행 폐지 공약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 "발권력을 이용해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을 지원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원흉"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중앙은행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클라린의 공약 분석에 따르면 과도한 채권 발행으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중앙은행의 재정을 정상화한 후 폐지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아젠다로 보이지만 지난 1년간 중앙은행 폐지공약은 가시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경제달러화와 관련해 밀레이 대통령은 "2025년엔 납세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국민이 원하는 화폐로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화를 법정통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구체적 방법론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밀레이 대통령은 이후 "국민이 원하는 화폐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공약의 표현을 다듬었다.
일간 클라린은 "지난 1년간 경제달러화와 관련해 밀레이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진 않았지만 이미 달러화 거래가 늘어나는 등 공약의 취지는 현실이 되고 있다"며 경제달러화를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공약으로 분류했다.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법정통화인 페소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데 익숙한 아르헨티나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저축수단은 단연 달러화다.
한편 밀레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통한 경제안정화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26%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0월엔 2.7%로 확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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