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대출규제로 얼어붙은 매수심리
장기침체 우려 많지만 수급불안에 불 붙을 수도
'파리올림픽 종합 8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트럼프 당선…' 올해 일어난 일들이 2016년과 닮아있다는 이른바 '평행이론'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기 특정인의 행적이나 일련의 사건이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이론이라 불리지만 호사가들의 확증편향적 추론에 가까운 속설일 뿐이다.
하지만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정황들이 많다는 말도 많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빗발치면서 2016년 탄핵 정국의 부동산 시장 흐름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6~2017년 요동쳤던 집값 흐름이 올해와 내년에도 재현할지 주목된다.
박근혜-윤석열 탄핵 정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 변동 비교 /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탄핵 의결에 서울 집값 -0.6%…대통령 바뀌니 +2.58%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당시 부동산 가격은 일시 하락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던 12월 전국 및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 변동률은 각각 -0.33%, -0.60%를 기록했다.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던 그해 11월까지만 해도 전국 0.16%, 서울 0.23% 등 월간 기준 상승을 지속하다가 하락 전환한 것이다. 실거래 가격지수는 통상 부동산 전망에 쓰이는 주택가격 동향과 달리 호가를 배제하고 실제 거래돼 신고된 값을 보여주는 수치다.
탄핵 심판이 본격화한 2월 전국 아파트값은 0.21%로 상승 전환했고 서울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3월 서울 아파트값은 0.79% 올랐다. 5월 차기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집값은 치솟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초기인 7월 서울 아파트값은 2.58% 상승했다.
올해와 내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지난 7월 2.17%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9월 -0.01%로 하락 전환했다. 10월 잠정 변동률은 -0.36%로 더 크게 내렸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과 디딤돌 대출 관리 방안 등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던 단기간(2016년 12월~2017년 1월)에 하락을 보였는데, 이번엔 하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부동산 거래량이 줄고 있고, 가격 상승탄력이 줄어든 상황이어서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점도 가능하기 어렵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직후 여당이 '3월 하야-5월 대선' 시나리오를 내놓자 여론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거래량 반토막, 대출 규제…내년은?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집값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약세장에 접어들던 상황인 만큼 시장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000건으로 7월 고점(9518건) 대비 58% 감소했다. 전국 역시 5만4732건에서 4만2914건으로 21.6% 줄었다.
금융 불안도 시장 약세를 가파르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산연 관계자는 "지속되는 대출 규제와 트럼프 발 경기불안 심리에 이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공급 부족은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4425가구다. 올해(36만3851가구)보다 약 27% 줄어든 것으로 2013년 이후 가장 적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국 88.6으로 5.2포인트 하락이 예상됐다. 지난달 전국 입주율은 69%를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수분양자들이 분양권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입주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잔금대출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도 불안감에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졌다"며 "주택 거래량이 줄고 일부 지역이 가격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변수 등 장기 침체까지 이어질지 등 약세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 대세다. 하지만 탄핵 국면 마무리 이후로는 수급 불안, 정책 기조 등에 따라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대응 방향을 위아래 모두 열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 탄핵 때는 정치적 불확실성보다 이전부터 이어온 저금리와 대출완화 영향이 커서 약세장이 짧게 나타났고, 문재인 정부 교체 후엔 규제 확대에 따른 조정도 있었지만 대체로 상승세가 이어졌다"며 "지금은 대출 규제로 시장 전반이 위축된 만큼 탄핵 정국 이후 정책 기조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올해 일어난 일들이 2016년과 닮아있다는 '평행이론'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