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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정치 혼란, 경제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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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코스닥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17.84)보다 5.69포인트(0.24%) 하락한 2412.15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61.59)보다 0.12포인트(0.02%) 상승한 661.71에 거래를 시작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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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와 연이은 탄핵 정국으로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과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거 회수하며 원·달러 환율이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고치인 달러당 1,437원까지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마저 약 1조2,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년 1개월, 4년 7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대외 신용도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거시경제 지표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견고함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는 5월 이후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 보유액은 10월 기준 4,157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며, 올해 3분기 기준 대외채권은 대외채무보다 3,780억 달러를 초과해 순대외채권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지표들은 정치적 혼란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 한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은 매우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10일 주가가 급락한 지 하루 만에 반등해 낙폭을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이 10.1원 하락한 것 역시 우리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침체로 대중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년 초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경우 대미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원전, 방산 수출품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대외 여건 악화 속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자들의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의 투자를 지연시키면 내수 침체가 심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내년 경제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예상한 1.9%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러한 경제적 도전에 대한 정책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등은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확대해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법안이다. 하지만 국회 처리 지연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대외 정세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정책적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은 야당 주도로 정부안에서 4조1,000억 원이 삭감된 채 통과되었는데,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여력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야당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재정정책 실행의 시차를 늘려 경제 상황 변화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악재라는 이중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회, 정부, 한국은행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국회는 민생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정부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관리해 미국의 통상 압력을 줄이는 동시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해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 세 기관이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일 때,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고 경기침체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응할 해법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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