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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미 보험사 대표 총격범이 들고 있던 ‘고스트 건’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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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를 살해한 루이지 만조니(26)가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블레어카운티법원에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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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를 살해한 루이지 만조니(26)가 범행에 일명 ‘고스트 건’(ghost gun·미등록 총기)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고스트 건의 실태와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11일 가디언·스트레이츠타임스(ST) 등 외신을 종합하면, 고스트 건은 허가받은 총기 제조사가 아닌 개인이 3D 프린터로 제작했거나 온라인에서 부품을 구입해 조립한 미등록 총기를 뜻한다. 정식 총기가 아니기 때문에 일련번호가 없으며, 당국에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추적도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조립을 거쳐 완성하는 ‘DIY’ 형태로 배송되며 조립이 제대로 되면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만들 수 있는 총의 종류도 권총, 산탄총, 기관총 등으로 다양하다. 루이지 만조니는 9㎜ 탄환을 발사할 수 있고 소음기가 장착된 고스트 건을 소지하고 있었다.

고스트 건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총기 애호가 같은 이들만 즐기는 비대중적 취미였으나, 3D 프린터가 보편화하고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총기 부품 조립 영상을 찾기 쉬워지며 접근성이 커졌다.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일부 사용자가 총기 3D 프린팅 도면을 공개해 제재를 받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고스트 건이 총기 난사와 범행에 사용되며 경각심이 높아졌다. 미국에선 2013년 산타모니카 대량 총격 사건, 2014년 스톡턴 은행 강도 사건, 2019년 교내 총격 및 자살 사건, 2022년 가정 내 총격 및 자살 사건 등에 고스트 건이 활용됐다. 유럽에선 극우 집단의 총격 사건에 고스트 건이 쓰였다. BBC는 “전문가들은 고스트 건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총기 안전 문제’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범죄 기록이나 연령, 정신 건강 문제 때문에 총기를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없는 이들이 대안으로 고스트 건을 제작하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미국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은 2016~2021년 수사 과정에서 찾아낸 고스트 건 약 4만5000정을 압수했는데, 이중 당국이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1%도 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압수된 수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ATF가 압수한 고스트 건은 2017년 1629정에서 2022년 2만5785정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엔 군부와 싸우는 미얀마 반군이 3D 프린터로 만든 고스트 건을 사용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ST는 전했다.

고스트 건 제작에 관한 규제는 국가마다 다르다. 싱가포르는 3D 프린터로 총기와 관련 부품을 제작하는 것을 금지한다. 한국에선 사제 총 제조 방법을 온라인에 공유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총기 3D 프린팅은 규제 사각지대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고스트 건 규제를 강화했다. 2022년 ATF는 고스트 건 키트를 판매하는 업체가 미완성 부품에 일련번호를 추가하고 구매자 배경 조사를 하도록 했다. 또한 총기 판매상은 고스트 건 키트 판매 기록을 폐업할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키트 제작자 등이 반발하고 나서,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이 진행 중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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