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출발…수십년 독점적 지위
2005년 통합, 2009년 공공기관 지정때도 독점 논란
공공기관 해제이후에도 수수료수익 비중 8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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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어디서 살까?"
위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개인투자자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해 구매한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주식 매매는 반드시 한국거래소를 거쳐야 한다. 투자자가 매수버튼을 누르면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에 들어가 해당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아 온다. 이후 결제가 이루어지면 한국예탁결제원이 해당 주식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도록 등록한다.
주식매매과정에서 투자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거래소는 종목이라는 상품을 만들고(상장), 거래과정에서 이상이 없는지를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는 주식매매를 하면서 거래소에 유관기관수수료라는 비용도 납부한다.
거래소 규정에는 회원사(증권사)가 유관기관수수료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관행처럼 투자자들에게 유관기관수수료를 받아오고 있다. 거래소의 주 수입원이 수수료이고 그 수수료를 납부하는 주체가 투자자다. 따라서 주식투자자에게도 거래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 거래소에 최근 독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일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래소가 여전히 공공기관처럼 독점지위를 누리고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대체거래소(ATS) 출범 준비로 거래소도 드디어 경쟁체제에 놓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독점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거래소의 과거와 현주소를 짚어본다.
수십 년간 따라붙은 거래소 '독점' 꼬리표
거래소 전신은 1956년 서울 명동에 세워진 대한증권거래소다. 당시 대한증권거래소는 공공기업 성격을 가진 영단제(일제강점기 시대 공적 성격의 특수법인을 일컫는 단어, 현재의 공공기관과 유사) 조직이었다. 이후 1963년 정부가 출자한 공영제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이름도 한국증권거래소로 바꿨다.
한국거래소 및 대체거래소(ATS) 변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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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에는 여의도로 사옥을 이전하며 여의도 증권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후 1988년 다시 정부가 가지고 있던 출자증권을 증권회사에 매각하면서 회원제 조직으로 전환했다. 정부투자기관에서 민간기업이 지분을 가지는 민영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2005년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한국증권거래소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코스닥증권시장을 모두 통합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로 다시 출범했고 2009년 명칭을 지금의 한국거래소로 바꾸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실 거래소를 둘러싼 독점 논란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물거래소 등과의 통합 논의가 나오면서 독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통합을 하면 각 시장의 자율적 경쟁이 위축되고 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가 염려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통합을 추진했다. 독점이 있더라도 의사 결정이 빠르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 형태의 통합거래소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통합거래소 추진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한국 증시가 동남아 금융허브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담겼다.거대조직 거래소…2009년 공공기관 지정
코스닥·선물시장 흡수로 거대조직이된 거래소는 2007년 다시 독점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거래소를 공공기관 지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2007년 시행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독점 사업으로 인한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은 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근거였다.
거래소는 당연히 반발했다. 경쟁력 후퇴는 물론 외국에서도 선례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덕분에 2007년 당시 공공기관 지정에선 제외됐지만 거래소에 대한 감시장치가 전무하고 골프접대 등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공기관 지정 논란은 재점화했다.
결국 2008년 감사원이 나서 거래소를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1980년대와 비교해 주식거래 대금이 늘어났고 특별한 영업활동 없이 증권회사수수료만으로도 내부보유금을 많이 쌓아뒀다"며 "거래소의 공공적 기능, 독점사업과 그에 따른 수입구조 등을 비교해 볼 때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예산·결산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경영공시를 통해 경영실적도 평가받아야 한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지정 권고에 거래소는 다시 반발했고 공공기관 지정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결국 2009년 기획재정부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주식거래대금으로 받는 수수료 수입을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2013년 ATS 설립근거 탄생…다시 민간기업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대체거래소(ATS)의 설립은 거래소에게 경쟁자가 생기는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거래소를 해방시키는 탈출구 역할을 했다.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절망에 빠져있던 거래소는 그 누구보다도 대체거래소 설립을 허용할 수 있는 법안 통과를 염원하고 있었다.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지면 독점문제가 해소돼 공공기관 지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5년이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복수거래소 설립 근거를 만들었고, 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 하지만 복수거래소 허용을 한다고 해서 거래소의 독점 지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공공기관 탈출했지만 독점구조 더 공고해져
이는 기우가 아니었다. ATS 설립 근거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금융당국은 약 10년만인 2022년에야 ATS 설립 추진을 시작했다. 거래소는 ATS설립 근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됐지만 민간기업으로 10년 가까이 독점 지위를 고스란히 누려온 것이다.
한국거래소 수수료수익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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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거래소 실적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3년부터 최근 11년간 거래소의 매출액 중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 80% 이상이었다. 수수료수익에는 주식 등 매매거래를 통해 얻은 수수료 및 청산결제, 상장수수료 등을 포함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수수료수익 비중은 전체 매출액에서 80% 이상을 차지했다.
2014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2015년부터는 수수료수익 비중이 80%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이후 주식거래가 크게 늘면서 거래소 전체 매출액에서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2021년에는 수수료수익 비중이 89%를 기록하면서 90%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수료수익 없이는 거래소는 먹고 살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2013년 ATS설립 근거가 만들어지면서 2년 뒤 공공기관에서 해방됐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는 독점적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수료로 먹고 사는 독점구조를 가진 거래소에 대해 지난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 이강일 더불어민주당은 거래소를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독점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법정설립주의라면 독점이 맞지만 지금은 허가제이기 때문에 독점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며 "어차피 지금도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해도 과거 감사원의 감독을 받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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