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시세의 3배, 임차인 찾기 난항
공실, 일부선 대학 기숙사로 활용
‘에피소드 서초 393’ 외관 [SK 디앤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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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여파와 금리 인상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형 임대주택은 공실로 ‘임차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임대 계약시 일부 기간 동안 ‘렌트프리’ 등 프로모션을 제공해도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에 임차인 모집이 수월하지 않아 빈 집이 증가세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26일부로 사용 승인이 난 SK디앤디(SK D&D)의 기업형 임대주택 ‘에피소드 용산’은 4월 말에 첫 입주자가 들어온 이후로 현재까지도 전용 56㎡에 10가구 가량 비어있다.
용산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개월·6개월 단기 계약도 가능해 1년도 안 살고 나가는 임차인이 대부분”이라며 “기업이 임대를 진행하는 구조라 금액 협상이 대외적으로 고정됐다. 아무래도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비싸고 계약서 상 금액을 바꾸기 어려워, 일정 기간 월세를 공짜로 제공하며 월세 단가를 낮추는 방식의 프로모션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어 “매물이 많이 남아있는 전용 56㎡는 일반적으로 보증금 3000만~5000만원대, 임대료 300만~500만원대에 거래되고 관리비는 월 평균 25만원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외면받는 이유는 비싼 임대료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에피소드 용산 전용 24㎡는 보증금 2000만원·월세 25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비슷한 면적의 인근 단지 월세보다 훨씬 높다. 지난 9월 ‘용산푸르지오써밋’ 전용 25㎡는 보증금 1억5000만원·월세 86만원에 계약됐고,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전용 53㎡는 보증금 2000만원·월세 21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또 다른 기업형 임대주택인 ‘지웰홈스 왕십리’의 계약 만료 집들도 새 임차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 준공된 해당 단지 전용 16㎡는 보증금 1000만원·월세 102만원의 조건으로 지난 11월 초 등록된 이후로 한달 가까이 공실인 상태다.
성동구 행당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계약 만료된 매물이 한정된 시기인 데다 그나마 나온 매물도 새 계약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인근 왕십리역 초역세권의 원룸·투룸이 바로바로 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라며 “단기계약은 그나마 잘 나가는 편인데, 1년 이상 계약해야 하는 집들은 공실 기간이 더 길다”고 했다.
이처럼 낮은 수요에 기업형 임대주택이 대학교 기숙사로 활용되는 경우도 생겼다. 신촌역의 ‘에피소드 신촌 369’에는 올해 3월부터 일부 호실에 숙명여대 학부·대학원생이 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숙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 호실은 1인가구와 대학생들에게 높은 임대료로 부담인 실정이다. 신촌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학가에 위치해 자취방을 구하는 젊은이들이 문의를 주지만,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와 관리비를 듣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사는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인기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신촌역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모(29)씨는 “신축으로 알아보는 와중에 친구가 살고 있는 에피소드 신촌 369도 후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전기세가 많이 나오고 독특한 구조가 불편하다는 후기를 듣고 다른 집과 계약했다”며 “비싼 월세만큼 공유라운지 등 이용률이 떨어지는 부대시설이 많아, 딱 잘 공간만 필요했던 입장에서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기업형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위치에 따라 단기적으론 공실이 20% 가까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큰 공실 없이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합리적 임대료나 저렴한 관리비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1·2인 가구와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며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상승세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9.316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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