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맛본 꽁치젓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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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강원도 거진항에서 꽁치를 쌓아 두고 상자에 담는 어민을 만났다. 그때는 동해안에서 꽁치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 몇 년 전 포항 죽도시장에서 꽁치를 다시 만났다. 몇 마리씩 좌대에 올려두고 팔고 있었다. 이제 흔한 꽁치가 아니다.
김장철이면 고성, 강릉, 울릉, 울진 등 강원과 경북 바닷마을 사람들은 꽁치젓갈을 챙겼다. 서해에 새우젓이 있고, 남해에 멸치젓이 있다면, 동해는 꽁치젓이다. 어느 젓이나 오뉴월에 잡은 것이 좋다. 모두 산란철에 군집을 이루어 회유한다. 생물로 소비할 양보다 많이 잡으니, 말리거나 염장을 했다. 그리고 꽁치젓갈은 시간이 흘러 새우젓이나 멸치젓처럼 지역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장을 하기 위해 숙성시킨 꽁치젓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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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 시기나 지역 음식의 경계가 희미해지지만, 꽁치젓갈의 음식 문화를 뚝심으로 지켜오는 곳이 울릉와 울진이다. 울릉도는 북면 코끼리바위 인근에서는 전통배인 강고배를 타고 나가 손으로 꽁치를 잡았다. 꽁치가 모자반 등 해조류에 산란하는 습성을 이용했다. 모자반을 엮어 손에 쥐고 바다에 넣고 있으면 꽁치들이 몰려왔다. 덥석덥석 손으로 잡아 배 안으로 던졌다. 그렇게 하루에 2000마리는 수월하게 잡았다. 일명 손꽁치 어업이다.
죽도시장에서 만난 꽁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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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식품점에서 꽁치젓갈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한 봉지를 들고 오니 주인이 ‘꽁치젓은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에요’라며 묻는다. 설마 홍어만 할까. 숙소로 가져와 동행한 서울 사람에게 권하니, 한 번 맛보고 뚜껑을 닫고 고개를 돌렸다. 다음 날 아침에도 입에서 냄새가 난다며 손사래를 친다.
꽁치는 아카시 꽃이 필 때 나왔다가 꽃이 떨어지면 사라졌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 사람이 고개를 흔들었지만, 울릉도나 울진 사람들에게 꽁치젓만 한 젓갈이 없다. 수육도 새우젓 대신에 꽁치젓을 찍어 먹는다. 시간이 지나면 육질이 삭아 맑은 액젓만 남는다. 이를 간수라고 한다. 음식을 만들 때 어간장으로 사용했다. 꽁치가 모든 음식의 맛을 좌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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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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