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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기자수첩] 울먹인 김상욱과 사라진 대의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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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국회가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1차 탄핵소추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친 지난 7일 눈여겨볼 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과 이해식 의원이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양쪽에서 팔짱을 낀 채 본회의장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여야가 극렬히 대치한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의 배경엔 김 의원이 신 의원에게 건 전화 한 통이 있다. 신 의원은 김 의원을 데리고 본회의장에 들어간 경위를 설명하며 “(김 의원이) 회의에서 나간 이후 그냥 갔나 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전화가 와서 ‘도저히 집에 못 가겠다. 투표 참여하는 데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울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이날 서울역으로 향하던 중 국회로 돌아왔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당론에 따라 1차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김 의원은 표결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오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보수주의자이고, 지금도 보수의 가치를 믿고 실행했다”고 말했다. 이는 표결 자체를 원천 차단한 당시 국민의힘 상황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반대표를 던졌다 하더라도, 김 의원은 이미 국민의힘에선 ‘내부의 적’이 돼 있었다.

‘울먹인 김상욱’은 사라진 대의(代議)민주주의의 표상이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의원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데 몰두했다. 실제로 특정 장소에 의원들을 소집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투표권이 민의(民意)가 아닌 당론에 얽매여 폐기된 셈이다.

대의민주주의가 사라진 대가는 컸다. 특히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 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만난 일본 교도통신 기자는 계엄군이 국회를 진입하는 상황을 두고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세계가 본 한국은 44년 전으로 회귀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여당의 탄핵 부결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놨다. 그 사이 외국인 투자자는 비상계엄 이후 국내 증시에서 8917억원을 순매도했고, 환율은 1430원대로 치솟았다.

여당이 수많은 비판과 경제·안보적 손해를 감수하고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대의(大義)가 없어서다. 권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막기 위해 윤 대통령 퇴진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이 윤 대통령의 ‘2월 하야·4월 대선’ ‘3월 하야·5월 대선’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마저도 친한(親한동훈)계와 친윤(親윤석열)계가 알력 다툼을 벌여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구상하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에 찬성할 유권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이 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집권당과 총리가 권한을 넘겨받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14일 표결될 ‘윤 대통령의 2차 탄핵안’에는 최소한 의원들의 자유 투표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있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거에서 궤멸하지 않을 수 있다.

송복규 기자(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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