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공수처 수사 경쟁 비정상”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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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9일에도 ‘비상계엄 사태’를 놓고 수사 경쟁을 이어나갔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세 기관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데 논란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법원행정처장 “검찰 수사, 논란 있다”
천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군검찰을 포함해 검찰, 경찰, 공수처가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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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처장은 수사기관의 중복 영장 청구 등 수사 경쟁에 대해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인지, 그에 따라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는 굉장히 중요한 재판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재판을 맡고 있는 법관들이 굉장히 신중하고 무겁게 이 사건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백형선 |
천 처장은 또 “법률상 검찰이 (내란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청법 해석상 가능한지에 대해 (법원)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이 사건에)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 공수처법에는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요청받은 기관들은 응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하지 않는 데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검경 모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9일 언론 브리핑에서 “공수처는 누구에게도 수사를 보고하거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 수사기관”이라면서 공수처가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장은 이날 “국가수사본부는 내란죄의 수사 주체”라면서 비상계엄 수사의 주도권은 경찰에 있다고 하고 있다. 검찰은 내란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은 없지만,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과 연결된 범죄여서 둘 다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尹 대통령 ‘출국 금지’도 경쟁
공수처는 9일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 금지를 신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 특수본도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해 출국 금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국회에서 “공수처, 검찰 등 여러 군데에서 출국 금지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자 제각각 출국 금지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선에서는 같은 인물에 대해 여러 기관이 중복해 출국 금지, 통신영장, 압수수색 영장 등을 청구하는 등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이재승 차장은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통신영장 등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중복 수사’를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등 군 장성 4명에 대해 통신영장을 신청했다가 “수사 기관끼리 내용 중복이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한다.
경찰은 검찰 단계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반려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군 관계자 자택을 찾아가서 임의동행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 한 인사는 “이미 국회에선 특검법이 발의돼 곧 특검 수사가 시작될 상황인데, 세 기관이 서로 적임자라며 경쟁하고 있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50여 명을 동원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특수단은 이날까지 김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총장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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