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실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에서 오동석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3 내란 사태’를 벌인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해 임명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송상교 사무처장이 사직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오동석 진실화해위원도 “내란범의 알리바이가 될 수 없다”며 회의 참여를 거부하는 입장을 냈다.
진실화해위 비상임위원인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오후 ‘내란범의 알리바이가 되기를 거부하며’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윤석열이 진실화해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한 것은 헌법을 준수함(헌법 제69조)은 물론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제66조 제2항) 그리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해야 할(헌법 제66조 제2항) 대통령으로서 책무와 직책을 저버린 내란범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대통령을 참칭하여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의 첫 회의인 10일(화) 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동석 위원은 “이후의 소위와 전체위까지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냐”는 한겨레 질문에 “이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변화가 없다면 참석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 사건을 다루는 1소위는 이옥남 상임위원이 위원장으로, 김웅기·오동석·허상수 위원이 속해 있다. 이 중 오동석·허상수 위원은 야당 추천 몫이다.
오동석 위원은 입장문에서 이날 자신이 학교에서 ‘인권과 헌법’ 강의를 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강의하는 내내 학생들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민주시민으로서 나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며 매우 부끄러웠다”고 적었다. 이어 “진실화해위 비상임위원이기 전에 헌법을 공부하며 학생들에게 인권의 가치와 규범 그리고 헌법적 정의를 말하는 저로서는, 진실화해위 회의에 참석하는 행위가 내란범의 알리바이가 되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국가폭력 인권침해 피해자들로 구성된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는 박선영 위원장이 첫 출근해 취임식을 여는 10일 아침, 진실화해위가 입주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취임식은 6층 대회의실에서 오전 10시에 열린다.
다음은 오동석 위원의 입장문 전문
내란범의 알리바이 되기를 거부하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오동석
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이기 전에 헌법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헌법 또는 인권을 강의하는 사람입니다.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헌법1(총론-통치구조)> 첫 번째 주 강의에서, 헌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의 헌정사는 어떠했는지를 설명하면서 반드시 인용하는 판례 중 하나가 대법원이 1997년 4월 17일에 선고한 96도3376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전두환․노태우 등의 군사 반란과 내란 사건 판결입니다.
2024년 12월 3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을 투입하였으며, 계엄사령관을 통해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발령했습니다. 포고령은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등과 함께,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제가 드리는 말씀의 근거는 충분하기에 생략하겠습니다.
위의 대법원판결 내용을 발췌하여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발언과 행위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법원은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을 견제하는 가장 핵심적인 헌법기관인데, 윤석열은 포고령과 함께 군을 국회에 투입하여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습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그의 발언은 국회, 특히 다수당인 야당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한 국회의 행위는 헌법에 따른 권한 행사였으며, 대통령과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민주주의에서 당연한 현상인 점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히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입니다.
둘째, 대법원은 “형법 제91조 제2호에 의하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의 목적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하고,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포고령에서 국회를 포함하여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면서 국회에 군을 투입한 것은 국회의 기능을 정지하려는 것이어서 명백히 국헌문란에 해당합니다.
셋째, 대법원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하는데,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고,” “이러한 법령이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하고, 또한 그 당시 그와 같은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우리 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전국적 비상계엄의 선포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폭동에 해당하고, 국회는 삼권 분립의 한 축이면서 대통령의 국정을 통제하는 유일 기관인 점에서, 내란죄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 이상이라 할 것입니다.
넷째, 대법원은 “반란죄는 다수의 군인이 작당하여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으로 국권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살인, 약탈, 파괴, 방화, 공무집행방해 등 각종의 범죄행위를, 반란에 가담한 자들이 개별적으로 인식 또는 용인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하나의 반란행위로 묶어 함께 처벌하는 데에 그 특질이 있는 집단적 범죄이므로, 반란에 가담한 자는 그에게 반란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과 공동 실행의 의사만 있으면 반란을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인 살인, 약탈, 파괴 등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지시하거나 용인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살인 등 반란을 구성하고 있는 행위의 전부에 대하여 반란죄의 정범으로서 책임을”지며, “반란죄를 범한 다수인의 공동 실행의 의사나 그 중 모의 참여자의 모의에 대한 판시는 그 공동 실행의 의사나 모의의 구체적인 일시·장소·내용 등을 상세하게 판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그 공동 실행의 의사나 모의가 성립된 것이 밝혀지는 정도면 족하다.”라고 판결했습니다.
“내란 가담자들이 하나의 내란을 구성하는 일련의 폭동 행위 전부에 대하여 이를 모의하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란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전체로서의 내란에 포함되는 개개 행위에 대하여 부분적으로라도 그 모의에 참여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기여하였음이 인정된다면, 그 일련의 폭동행위 전부에 대하여 내란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고, 한편 내란죄는 그 구성요건의 의미 내용 그 자체가 목적에 의하여 결합된 다수의 폭동을 예상하고 있는 범죄라고 할 것이므로, 내란행위자들에 의하여 애초에 계획된 국헌문란의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일련의 폭동 행위는 단일한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단순일죄로 보아야”하고,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하여 부하가 한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라고도 판결했습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군 지휘관들, 국회에서 군의 진입을 허용한 경찰, 이러한 범죄행위를 인지하여 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경찰 또는 검찰,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심야 간부회의를 했음에도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대법원, 「형법」 중 내란의 죄에 관한 정보를 수집․작성․배포(「국가정보원법」 제4조 제1호 다목)를 해야 할 국가정보원, 군이 투입되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대한민국의 헌법기관 또는 국가기관은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에 따라 부여한 권한 행사는 고사하고 국민에게 내란 사태 관련 어떠한 보고․설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당의 원내대표가 자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사적 영역인 자당 당사로 집결하라고 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당시 국회의원은 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헌법적 책무를 이행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다섯째, 대법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러하지 아니한 이상 그 계엄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라고 판결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윤석열의 내란죄는 헌법적 판단은 물론 사법적(司法的) 판단의 대상입니다. 국가의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행위는 모든 국민이 사법적 판단에 앞선 주권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불복종과 저항의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대법원은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행위로서, 다수인이 결합하여 위와 같은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를 하면 기수가 되고,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이와 무관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다수인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을 하였을 때 이미 내란의 구성요건은 완전히 충족된다고 할 것이어서 상태범으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지금까지도 그의 내란 행위는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권자라면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각자 일정한 행동을 공개함으로써 공론의 장에서 동료 주권자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6일 오후 6시쯤 윤석열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헌법을 준수함(헌법 제69조)은 물론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제66조 제2항) 그리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해야 할(헌법 제66조 제2항) 대통령으로서 책무와 직책을 저버린 내란범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대통령을 참칭하여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저는 아주대학교 학부생들에게 매 학기 <인권과 헌법>을 강의하는데, 15주 차에는 ‘헌정사적 정의(正義)’라는 주제로 과거청산 또는 이행기 정의 관련하여 강의합니다. 바로 어제 12월 9일 이행기 정의 관련 내용을 강의했습니다. 강의 시간 내내 학생들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민주시민으로서 나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며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이기 전에 헌법을 공부하며 학생들에게 인권의 가치와 규범 그리고 헌법적 정의(正義)를 말하는 저로서는, 제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행위가 내란범의 알리바이가 되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비상임 위원직을 사퇴할 생각도 했습니다. 정당한 권한 있는 임명권자에 의해 위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모든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방안도 고민했습니다. 다만, 내년이면 마무리하는 위원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지를 고려하여, 일단 새로운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의 첫 회의인 12월 10일(화) 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저의 판단과 행동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에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신청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 유린과 폭력ㆍ학살ㆍ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존재 이유로 다시 돌아가 생각하면, 내란범이 임명한 위원장 체제에서 활동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진실규명 대상자와 진실규명 신청인들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헌법적 정의(正義)가 다시 회복되면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일은 최우선의 핵심 과제이고, 국가범죄와 국가폭력의 피해자 또는 희생자 또는 생존자가 진실을 알고 명예를 회복하며 배상 또는 보상을 받을 권리는 소멸시효가 없으므로, 이행기 정의(正義)의 시대가 곧 다시 활짝 열리도록 힘을 쏟겠습니다.
부디 저의 이러한 행동 탓에 다른 분들에게 불편함 등의 일이 있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한 내용에 관하여 용서를 바랍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