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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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난다.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3일 뒤 임명한 박선영 신임 위원장(68·물망초 이사장)이 뒤를 잇는다.
김 위원장은 2022년 12월9일 임명 직후부터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했으며, 과거사 정리의 의미와 필요성을 부인해온 과거 전력으로 인해 야당과 언론의 포화를 호되게 당했다. 취임 이후 임기 내내 김 위원장은 그것이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지난해 4월 진실화해위원 구성 절차가 마무리되고 전체위원회 등 진실규명 절차가 정상화된 이후 국가폭력 희생자에 대해 ‘부역자 심사’ 논란을 일으키며 진실화해위를 이념전쟁터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25일 첫 기자간담회가 신호탄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옥남 상임위원과 함께 “(한국전쟁기 부역혐의 희생자 중에 실제 부역자가 있는지) 좀 더 세밀한 기준 가지고 판단하겠다”고 운을 뗀 뒤 실제로 영천·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의 일부 희생자에 대해 불확실한 경찰 사찰자료에 근거해 진실규명을 보류했다. 또한 올해 1월 이미 진실규명 의결된 함평 민간인 희생사건에 문제가 있다며 특정 희생자에 대해 임의로 재조사를 지시했고, 임기 만료 직전에는 진실규명 완료된 충남 남부지역 ‘백락정 사건’을 군법회의 사형판결문에 기초해 재조사한 데 이어 기어코 진실규명 취소했다.
지난해 6월9일 오전 7시 반 서울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월례조찬 기도회에서 강연하는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이날 김 위원장은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런 부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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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도 잇따라 남겼다. 지난해 6월9일 영락교회 월례조찬 기도회 강연에서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런 부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봤다”고 말했고, 10월9일 김만덕 영천유족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전시하에서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올해 5월28일 전체위원회 비공개 안건 심의 때는 “노근리 사건이 불법 아니고, 전쟁 중 부수적 피해”라는 말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발언에 대해 질책을 받을 때마다 “언론의 왜곡보도 탓”이라며 빠져나갔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는 문제 발언에 대해 다시 언론 탓을 하며 “정정보도를 여럿 청구했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가 진실화해위 공식 보도자료로 바로잡는 촌극도 있었다. 또한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출신 황인수 조사1국장이 재심에서 무죄가 난 간첩조작사건에 관해 “간첩이 맞다”며 유족을 폄하하는 발언을 일삼을 때도, 국회에 나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려 논란을 샀을 때도, 김 위원장은 그를 비호하기만 했다.
이런 가운데 진실규명률은 최악이었다. 진실화해위가 누리집에 올린 지난달 22일 기준 진실규명 조사·결정 현황을 보면,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은 1만29건 신청에 3926건 진실규명돼 규명률이 39.1%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적대세력(인민군, 지방좌익)에 의한 희생 사건은 규명률이 70%(4069건 신청 중 2757건 규명)에 이른다.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이) 더 고귀한 희생이고 선보상이 돼야 한다”(지난해 6월 영락교회 강연)는 발언의 기조대로 적대세력 희생사건 규명률이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의 두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1기 진실화해위(2005~2010년)에서는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과 적대세력 사건의 진실규명률은 각각 87.1%와 81.4%로 대동소이했다.
지난 10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황인수 조사1국장이 얼굴 노출을 이유로 마스크를 벗지 않자 국정감사장에서 퇴장당하고 있다(왼쪽). 그후 김광동 위원장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장에서 퇴장당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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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떠나지만 그의 극우적 기조는 박선영 신임 위원장 체제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이후에도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야당을 비난하고 “국회해산이 맞다”며 무장군인을 앞세운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 박선영 위원장에게서 진실화해위의 새로운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위원장은 2022년 12월 김 위원장이 내정됐을 때도 페이스북에서 “김광동 내정자는 몇 안 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귀한 인재”라며 “그동안 반국가적, 반민주적, 위헌적, 친북반미적 활동을 해 온 진화위가 과오를 깨끗이 씻어내고,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 내정자는 그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자질과 담력,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쓴 사람이다.
진실화해위 한 직원은 김 위원장과 함께한 2년을 ‘뒤통수’라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앞에서 하는 말과 실제 생각이 다르고, 전에 했던 말과 나중 결과가 달라 내내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배려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지난해 10월 검찰·경찰까지 동원한 특별감사를 펼친 일이 그 한 예라고 했다.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을 달린 2년”을 보냈다는 직원도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박선영 때문에 떠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최악 다음에 또 최악이 왔다. 취임 못 하게 막는 게 최선인데 걱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임식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6층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박 위원장의 취임식은 다음날인 10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 다음은 김 위원장 재임 기간의 주요 발언과 사건이다.
김광동 위원장의 막말·파행 일지
2023년 5월25일 김광동 위원장과 이옥남 상임위원, 조사개시 3주년 기자간담회서 “(한국전쟁기 부역 혐의 희생자 중에 실제 부역자가 있는지) 좀 더 세밀한 기준 가지고 판단하겠다” 발언
6월9일 서울 영락교회 강연에서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런 부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봤다” 발언
6월20일 조사1국장 공개채용에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3급 출신 황인수씨 최종 합격
8월18일 전체위서 태안 학살 희생자 35명 중 17명에 ‘악질 부역 등에 가담 사살 또는 처형된 자’에 해당하는 코드명 ‘1-7’ 기재키로
10월9일 김광동 위원장, 김만덕 영천유족회장 만나 ‘전시하에서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취지의 발언
10월30일 검찰·경찰 동원한 특별감사 11월24일까지 실시
10월31일 전체위서 영천경찰서가 1979년·1981년에 작성한 대공인적위해자조사표와 신원기록편람희생자 기록 근거로 영천 보도연맹 사건 21명 중 6명 진실규명 보류
12월6일 진실화해위 출범 3주년 기자간담회서 김광동 위원장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는 표현한 적 없다”고 사실과 다른 발언. 이옥남 상임위원, ‘살상부역’이라는 단어 사용.
1월24일 김광동 위원장, 함평 민간인 희생사건 재조사 지시. 조사관이 대전·함평 등에서 1박2일간 재조사 실시
3월12일 전체위서 ‘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2차)’ 희생자 4명에 대해 진도경찰서 ‘대공’의 ‘암살대원’ 기록 근거로 진실 규명 보류 결정
5월28일 전체위서 노근리 사건에 “불법 아냐…전쟁 중 부수적 피해” 발언.
8월21일 전체위서 불법사찰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 “(보호관찰은) 보호해 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느냐” 발언.
10월10일 국회 행안위 국감에서 진도 사건 미성년 피해자 유족 허경옥씨의 억울함 호소에 “피해자가 가해활동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어린아이에 의한 희생도 있었다”고 주장.
10월25일 국회 행안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5·18 북한 개입 여부는 확인 안 돼” 거듭 주장, 국회서 “국회 모욕죄” 고발 의결.
1950년 9월 진도중학교 1학년생으로 경찰에 학살당한 허훈옥(당시 14살)의 동생 허경옥씨가 10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진실화해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진실규명이 보류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광동 위원장.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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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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