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삼천리 연탄공장 부지. 철제 벽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하늘색 지붕 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양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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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이던 삼천리 연탄공장이 지난 9월 문을 닫았다.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3944㎡ 면적의 연탄공장 부지는 동대문구가 사들였다. 주민들이 소음과 먼지 등을 이유로 연탄공장을 없애달라고 하자, 동대문구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연탄 생산 시설은 모두 철거됐다. 연탄공장 자리에는 스포츠센터, 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1970년대 500개 넘던 연탄공장, 이제는 17개만 가동
한국광해공업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연탄공장은 17개만 가동 중이다. 작년 말까지 전국에 20개가 있었는데, 올해 서울과 광주에 1개씩 남았던 공장들은 폐업했다. 나머지 1개 공장은 가동하지 않고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전국에 500개가 넘던 연탄공장이 거의 모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연탄공장 수는 1980년대(279개)와 1990년대(184개)에 이어 2000년대 들어 100개 밑으로 떨어진 뒤 겨우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중이다.
연탄공장이 줄어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연탄 사용이 줄었다. 한때 국내에서 연탄을 쓰는 가구는 전체의 70%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연탄은행을 운영하는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이 작년 집계한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 연탄 사용 가구는 총 7만4167가구다. 조사 당시 총가구수(2238만 가구)의 0.3%에 불과하다.
가동을 멈춘 한 연탄공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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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시화로 연탄공장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 등이 들어서면서 연탄공장은 기피 시설이 됐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던 삼천리 연탄공장 인근에서 만난 70대 이모씨는 “(연탄)공장 주변은 항상 시끄럽고 분진 같은 게 날렸는데, 2000년대 들어 (연탄공장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섰다”고 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연탄공장이 남아 있는 지역은 경기, 대전,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북 등 7개에 그친다. 강원과 충북, 경북을 제외한 4개 지역에 남은 연탄공장은 각각 1곳씩이다.
◇연탄공장, 백화점·아파트·공원 등으로 변신 중
연탄공장이 문을 닫는 자리에는 백화점, 아파트 등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던 대성연탄 부지에는 300가구, 성북구 석관동 동원연탄 부지에는 2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들이 세워졌다. 오류동 삼천리연탄 공장 자리에도 432가구의 아파트가 건설됐다. 또 서울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 인근의 디큐브시티 일대도 대성산업의 연탄공장이 있던 자리였다. 이곳에는 주상복합 아파트, 백화점, 공원 등이 들어섰다.
신도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이곳은 과거 연탄공장 부지였다. /현대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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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는 과거 연탄공장들이 모여 있던 부지가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1971년 대구 전역에 산재한 24개 연탄공장을 통폐합해 6개 공장으로 조성한 안심연료단지 일대를 주거시설과 상업시설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36만 2000㎡ 면적에 2000세대 넘는 아파트 등과 대형 마트, 공원 등을 조성하는 ‘안심뉴타운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부산 동래구도 연탄공장이 있던 1만1841㎡ 면적의 땅을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토양 오염’ 문제가 연탄공장 부지 개발의 변수
연탄공장 부지를 개발하려면 ‘토양 오염’ 여부가 검증돼야 한다.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연탄으로 인해 공장이나 주변 땅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연탄재 1㎏에서 검출된 비소 성분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의 4배를 넘는다. 다 쓴 연탄재 역시 땅에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동을 중단한 한 연탄공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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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지난 9월 철거 작업 이후 곧바로 토양 환경 평가를 실시했고, 10월 ‘이상 없음’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과거 여러 사례를 조사해 봤을 때 (재개발 과정에서) 토양 환경 평가의 중요성이 가장 컸기 때문에 곧바로 평가를 실시했다”며 “이번 결과로 인해 예정대로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연탄공장 부지에서 오염물질이 검출되면서 토지 정화 비용을 놓고 연탄공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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