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사실상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투표 수가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인 200표에 미달하면 개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나흘 만의 상황이다.
국회는 7일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다른 안건을 먼저 처리한 후 오후 5시 30분께부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오후 7시 현재까지 투표 수는 195표(잠정)에 그치고 있다.
투표 수가 의결정족수보다 적어 투표불성립이 선언되면 해당 안건은 폐기되며, 결과적으로는 부결과 마찬가지 효과를 내게 된다. 앞서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5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불성립된 바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전체 300명 기준 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 이상의 이탈표(탄핵 소추에 대한 찬성표)가 나와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능했지만,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친한계 이탈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회에서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하면서 한 대표 및 친한계도 탄핵 반대로 다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에 앞서 진행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안 표결을 마치고 일제히 퇴장,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탄핵 등 인사 관련 사안은 무기명 투표를 하는 것이 관례여서, 익명의 반란표가 나와 탄핵안이 통과될 일말의 가능성조차 아예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7시 현재까지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당 의원 전원 192명에 더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에서는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본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고, 이 시점에서 본회의장에 남아있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안철수 의원 혼자였다.
그러나 투표 진행 중 김예지 의원이 본회의장에 돌아와 투표에 참여했고, 6시 50분께에는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 의총장을 빠져나와 투표에 참여했다. 이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투표를 할 때마다 본회의장에 앉은 야당 의원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장 내에 더 이상 투표할 의원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임에도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6시 45분께 기자들에게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하면서 의원들 표 단속을 해서 (본회의에) 참석 못하도록 방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잠시 후 국민의힘을 방문해 투표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겠다. 지금은 의원총회 중이라고 하니 의총 종료 시간에 맞춰서 찾아가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 탄핵소추안 투표는 늦은 저녁 또는 본회의 차수변경 시간인 이날 자정께까지 투표 종료 선언 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해 의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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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회는 지난 5일 0시 48쯤 본회의를 개의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야6당 의원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참여했다. 탄핵 사유로는 '형법상 내란미수', '대통령직의 성실한 수행의무 위반' 등을 적시했다.
탄핵안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을 두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기본적 인권을 유린하며, 법치주의 원리 및 의회 제도와 정당 제도 등의 본질을 붕괴시키는 헌법 파괴행위이자 주권자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설사 투표불성립 등으로 이날 탄핵소추가 불발되더라도 몇 차례고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만에 하나 국민의 작은 우려대로 국민의힘이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결정을 한다면 국민 전체의 뜻을 모아 탄핵을 다시 재추진하겠다"며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10일 종료되는 데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된다"며 "즉각 재추진해 문을 두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11일 바로 발의해서 법사위 의결를 거치고 본회의에 상정하면 바로 의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 해산'을 언급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같은 간담회 자리에서 "당이 조직적으로 국헌문란 행위에 가담했다면 정당 해산사유인 위헌정당이란 판례가 있다"며 "만약 국민 뜻에 어긋나게 계속 탄핵을 반대하고 내란 세력을 옹호한다면 헌법·형사법적 책임을 지게 될 거란 점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안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앞서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 역시 반대 당론을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확정하면서, 재의 요건(과반수 출석에 2/3 이상 찬성)을 채우지 못했다. 다만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이른바 여당 내 반란표가 6표 나왔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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