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에서 이상훈 상임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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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란 수괴’의 직권남용이다. 제발 둘 다 자진해서 물러나길 바랍니다.”
이상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7일 한겨레에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급하게 박선영(68) 물망초 이사장을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설마 했는데 황당하다.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 나중에 윤석열 대통령 수사 대상에 직권남용 혐의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위원은 충암고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8년 후배이기도 하다. 2023년 4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국회에서 선출돼 상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이 상임위원은 “윤 대통령이 보수 결집 명분뿐만 아니라 탄핵의결 방지라는 실리까지 모두 챙긴 인사를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이사장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처형이어서 야권에서는 “탄핵 방탄 사전뇌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상임위원은 “진실화해위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행정기구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았고, 오히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이해관계를 고려했다는 게 드러났다. 그래서 임명의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이사장은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군인들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페이스북에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야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국회 해산이 맞다”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사실상 비상계엄과 내란을 두둔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만약 정말로 ‘박선영 위원장’ 체제가 용인된다면 당장 다음 전체위원회에 상정된 과거 위법한 비상계엄 인권침해 사건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7일 예정된 제93차 전체위에서 심의 예정인 첫 번째 사건은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자 이에 저항하는 한신대 학생들의 시위를 학원소요사태 수습이라는 명분으로 탄압한 사건이다. 1980년 초 정선 사북탄광 노동자의 노동쟁의를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계엄 군법회의에서 최고 5년의 징역을 선고한 사북탄광 사건 심의도 이날 예정돼 있다. 이상훈 위원은 “진실화해위원장은 위법한 계엄의 폐해를 충분히 공감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해야 하는 자리인데, 불법 계엄 내란 범죄자가 탄핵과 수사를 앞두고 위원장을 임명한다? 게다가 위원장은 내란을 두둔해왔다? 그렇게 선임된 위원장 아래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될 수 없다. 이건 역사의 후퇴”라고 말했다.
은폐된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취지로 출범한 진실화해위 직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진실화해위가 한시적 기구여서 조사관들이 입장 표명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나중에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그동안 진실화해위의 존재감이 낮았는데 이번에 잘 대처하면 과거사 정리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거듭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상훈 위원은 박선영 이사장의 처형인 정형식 헌법재판관과도 인연이 깊다. ’상장회사법’의 공동저자로 경제 전문 변호사인 그는 경제개혁연대·참여연대의 실행위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부터 파기환송심 재판까지 모두 감시활동을 했다. 1심 유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는데 당시 재판장이 정형식 재판관이었다. “제일 힘들었을 때가 항소심 판결 때였다.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는데, 1심에서 인정한 것을 정형식 재판장이 부정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났다. 다행히 대법원에서 인정하면서 다시 (이 부회장) 교도소에 갔지만, 판결을 바로잡느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이상훈 위원은 마지막으로 본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더는 학교명예 더럽히지 말고 자진 하야하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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