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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는 지난 5 열린 ‘제61회 무역의날’을 기념 기념식을 개최하고, 올 한해 해외 수출에서 성과를 보인 기업의 공로를 치하하고, 관련 상 ‘수출의탑’을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수출의탑 수상기업은 1545개사였다. 대체로 제조업, 반도체, 방위 분야 기업들이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I 관련 기업은 아직까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모습이다.
토종 AI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힘쓰고 주가 시장 상장 등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수출 성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성과 부진 핵심 요인은 대규모 자본으로 무장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기술 격차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정부과제 중심 매출 ▲인재 부족 ▲부족한 정부 지원 및 진흥책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먼저 국내 AI 기업 다수는 생존을 위해 정부 주도 사업에 참여하거나, 국내 AI를 사용하는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기관 내 AI 시스템 구축이나, AI 전환(AX)을 위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부 주도 사업을 수주할 경우 정부라는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업계 내 기업 성과를 알리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정부 주도 사업 의존도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주도 과제 특성상 국내향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서비스 역량 개발은 후순위로 밀리는 등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 사업을 통한 성과도 분명 의미가 있으나, 여기에만 집중하다보면 정작 필요한 서비스 역량 강화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 경쟁을 생각한다면, 정부 주도 사업 수주 등에 소비되는 재원은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 및 하드웨어 인프라 부족은 고질적인 글로벌 경쟁력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다각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품질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특화 반도체 칩과 데이터센터 등 하드웨어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두 사업 모두 개개 기업 단위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투자금이 필요한 사업이다.
AI 업계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패권시대에서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전략적 제품 개발과 세계적 수준의 AI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실현될 때, 한국 AI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며 AI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향후 전망이 마냥 어둡기만한 것은 아니다. 토종 AI 기업 중에서 수익성 확대 조짐에 더해 해외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무역의날 에서 ‘500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한 플리토는 AI 기반 언어 데이터 및 솔루션을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플리토 올해 3분기 전체 매출 중 64.4%는 해외 수출에서 비롯됐다. 전자공시스템(DART)에 공시된 플리토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8억88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6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억25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손실 7억800만원에서 흑자전환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에 AI 데이터 기술을 공급하고 데이터셋을 판매했으며, 해당 판매 사례를 기반으로 점차 글로벌 IT 기업들과 거래를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플리토 측 설명이다. 플리토는 현재 미국, 일본,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언어 데이터 공급 및 서비스 사업을 확장 중이다.
플리토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AI 생태계 사이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틈새 먹거리를 확보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AI모델 개발 및 데이터센터 등 경쟁에서는 한국 기업이 현실적으로 우위에 서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플리토는 AI 모델에 필요한 각종 언어데이터 정제 기술 및 데이터셋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제공하고, 관련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통해 차츰 매출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기업 생태계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AI모델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칩 사업,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AI 모델 사업, 이를 활용해 소비자와 거래(B2C)사업에 집중하는 AI 서비스 개발 사업 등이다”라며 “데이터 정제 및 데이터셋 공급 사업 등 3가지 산업군 사이에서 발굴 가능한 틈새 먹거리들을 찾는데 집중하는 전략으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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