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타이어부터 비상식품까지…눈보라·정전 대비 필수 물품 철저히 준비
정원의 나무들이 겨울 동안 얼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보온 커버를 씌워두었다. 2024. 12. 05/ⓒ 뉴스1 김남희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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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는 이제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다. 겨울 왕국답게 10월 말부터 겨울 날씨가 서서히 시작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은 정말 끝없이 이어지다가 5월에나 들어서야 완전히 꼬리를 감춘다.
그래서 캐나다 사람들은 핼러윈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겨울을 대비하며 월동 준비에 나선다. 처음 캐나다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그 준비도 요란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게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우선 집 정원에 심어진 나무와 꽃들을 관리한다. 겨우내 얼어 죽지 않도록 나무에 덮개를 감싸기도 하고 작은 나무들은 전용 천으로 덮어 보호한다. 마치 사람 챙기듯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가을 내내 쌓인 낙엽들은 벌레들의 '불청객 파티'를 막기 위해 부지런히 치워낸다.
식물들에 따뜻한 방한용품을 입혀 주면, 집에도 눈과 바람을 막을 준비를 한다. 창문마다 비닐을 단단히 씌우며 마치 집 전체에 랩을 감싸는 느낌이다. 문 틈새에는 고무 패킹을 붙여 바람 한 줄기도 들어오지 못하게 철통 방어! 거기에 난방 효율을 높인다며 커튼을 두껍게 교체한다. 또한 마당 한편에는 겨울 내내 따뜻함을 책임질 나뭇더미가 듬직하게 쌓인다.
눈에 대한 대비는 당연히 필수적이다. 먼저 자동차 바퀴를 스노타이어로 교체해야 한다. 일부는 스스로 교체하지만, 카센터에 가면 80불(약 8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자동차 신발 4짝을 교체할 수 있다. 스노타이어에 관한 규정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지역도 있지만, 강제성은 없더라도 도로가 너무 미끄러워서 대부분 사람이 자발적으로 교체한다.
눈이 많이 오는 날, 스노우 리무버 업체에 신청한 집에는 눈 치우는 차가 와서 마치 로봇처럼 눈을 깨끗이 치워주는 모습이다. 2024. 12. 05/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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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을 치워주는 업체를 신청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허리까지 오는 눈도 삽으로 스스로 치웠지만, 이제는 시대가 좋아졌다. 스노우 리무버 업체에 신청하면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은 트랜스포머 같은 차가 나타나 알아서 와서 눈을 치워준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선택하기까지 수십 번도 더 고민한다.
한 시즌에 600불(약 60만 원)이나 하는 만만치 않은 비용에, 작년처럼 눈이 많이 내리지 않으면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한다. 점쟁이도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미리 알 수 없으니, 선택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요즘은 대부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것으로 눈과의 전쟁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차에 붙은 눈을 긁어내는 스크래퍼는 물론, 눈삽이나 소형 제설기를 갖추기도 한다. 영하의 날씨에 차 열쇠 구멍이 얼어붙는 상황에 대비해 해빙 스프레이도 필수다. 스노우 부츠와 방한 장갑은 기본이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눈밭에서 뒹굴 일이 잦아 스노우 팬츠를 항상 가방에 챙겨 다닌다.
캐나다에서 첫 번째 겨울을 지내고, 그다음 해 겨울에 우리 가족이 준비한 필수품 중 하나는 냉동고였다. 눈이 많이 오면 그야말로 고립 상태가 된다. 며칠째 마트에 갈 수 없으니, 비상식량을 충분히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이 오지 않는 날, 트렁크에 음식을 가득 실어 냉동고를 곳간처럼 채운다. 이 덕분에 눈보라가 몰아쳐도 집 안에서 필요한 식료품은 걱정 없이 해결할 수 있다.
비상용 키트 준비도 캐나다 겨울에선 빼놓을 수 없다. 눈보라나 강한 폭풍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난방과 주방 가전이 멈추고, 추운 겨울날 캠핑을 하듯 생활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손전등, 여분의 배터리, 비상식량, 물 등 꼭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휴대전화 충전기와 응급처치 키트를 포함해 최소한의 생존 도구를 갖춰 두면 전기가 다시 복구될 때까지 그래도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의 겨울은 단순히 추운 날씨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준비가 끝없는 겨울의 전쟁과도 같다. 식물들부터 자동차, 집, 비상용 키트까지, 겨울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캐나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겪는 혹독한 겨울을 한번 상상해 보면 된다. 눈보라·폭풍·정전 등 예측할 수 없는 겨울의 변수들에 맞서 준비하는 모든 노력은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다.
이 모든 준비가 이루어졌다면, 겨울철에 더욱 따뜻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캐나다 겨울을 잘 견디는 비결이다.
결국, 캐나다의 월동 준비는 단순한 물리적 준비가 아니라 자연의 혹독함에 맞서 싸우는 지혜이자 경험이다. 차가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서로 돕고 준비하며 겨울을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 이 준비는 겨울을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유쾌하고 여유롭게 맞이하기 위한 일종의 '겨울 문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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