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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단독] 용산 "계엄은 야당 탓" 美 "심각한 불법" 尹 공개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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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해 미국에 “헌법에 따라 이뤄진 조치”였다는 취지로 적법성을 강조했지만, 미국 측이 좀처럼 수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굉장히 불법적인 과정”(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 4일 애스펀전략그룹(ASF) 주최 행사)으로 표현하는 등 비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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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CSI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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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설명 없고 사후에도 “잘못 없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뒤 한국의 계엄 선포에 대한 백악관 반응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계엄령과 관련해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우리는 TV를 통해 발표를 알게 됐다. 전 세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다”면서다. 유일한 동맹국에 사전 통보 조치를 생략한 한국에 대해 사실상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처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 소식을 접한 미국 측은 다양한 경로로 한국에 경위 파악을 요청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됐고, 미국에 설명할 요지에 대한 대통령실의 지침도 다소 시차를 두고 공관에 하달됐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계엄이 헌법상 규정을 지키는 가운데 이뤄졌고 ▶근본적 원인은 야당의 탄핵 남발로 인한 국정 마비 우려이며 ▶그럼에도 국회가 계엄 해제 안을 가결하자 윤 대통령은 이를 존중해 계엄을 해제했다는 게 핵심 요지였다는 것이다. 국내적 절차에 의해 이뤄진 적법 조치라는 걸 설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美, 尹-대한민국 ‘분리 접근’하며 공개비판



하지만 미국은 이런 설명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4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형편없는 오판(badly misjudged)”이었다며 “매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계엄이) 심각하게 불법적인 과정이었다고 분명히 지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 고위 당국자가 한국 정상의 국내적 결정에 대해 ‘오판’, ‘문제적’, ‘불법’ 등의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설리번 보좌관도 같은 날 계엄 선포에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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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CCTV 영상을 공개했다. 국회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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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 측은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의 결정’으로 국한해 규정하며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와는 분리해 접근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고, 전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 개인의 결정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 파트너인 한국과 협력은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계엄령 발표 직후부터 미국과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국 교민이 밀집한 지역인 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하는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5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쿠데타 시도에 맞서 싸운 모든 한국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과의 동맹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중심으로 할 때 가장 강력하다”고 썼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쿠데타 시도’로 지칭한 셈이다. 앞서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도 이번 계엄을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self-coup)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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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새벽(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대선 승리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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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판단” 트럼프 관리 비상



이번 계엄 사태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추후 대미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 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특정 대상에 대해 처음 정립한 인식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략적 수사일 수 있지만 “한국은 부자 나라”라는 말을 1기 재임 시절부터 무한 반복하는 게 대표적 예다.

전직 참모들 사이에선 “트럼프는 아무것도 읽지 않는다”(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는 말도 나온다. 보고서도 요약본이나 첫 페이지만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를 잘 다루려면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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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계엄 선포로 미국 내에 부정적 인상이 형성된 윤 대통령이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정상 외교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한국이 돈을 내지 않는다”(지난 10월, 폭스뉴스)며 방위비를 비롯한 외교 사안 전반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고 시사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선제적인 대미 외교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국내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한국 리더십이 사실상 공백기를 거치게 됐다는 점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 셈”이라며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와 양자 외교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크게 뒤처지는 것은 물론, 막대한 외교적 비용을 치르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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