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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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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식민지 가기엔 너무 약한 인간의 몸…“AI 로봇이 먼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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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우주 대항해 시대 ②AI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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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NASA의 화성 탐사 로버인 '퍼서비어런스'/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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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약 11년마다 지구를 향해 강력한 지자기(지구 내부로부터 태양풍과 만나는 곳까지 뻗어 있는 자기장) ‘폭풍’을 내뿜는다. 이때 지구에서는 GPS(위성 항법 시스템) 교란이 크게 일어나 대비가 필요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이전에 발생했던 지자기 데이터를 컴퓨터에 학습시키는 딥러닝 방식을 적용해 ‘DAGGER(Deep Learning Geomagnetic Perturbation)’란 이름의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DAGGER는 지자기 교란 발생 30분 전에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며, 1분마다 예상치를 업데이트한다.

2017년 NASA는 AI를 활용해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에서 태양과 유사한 별 ‘케플러 90′을 공전하는 여덟 번째 행성 ‘케플러-90i’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NASA의 AI는 지금까지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약 2만7000개 이상의 소행성을 발견했다.

최근 급부상한 AI 기술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은 우주 탐사·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광활한 우주에서 그간 수집해 온 정보들을 AI 기술을 활용해 분석함으로써 우주 환경의 미래를 예측하고 인류의 우주 정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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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AI가 우주 탐사의 패러다임 바꾼다”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교외 소도시 하웰에선 최근 유럽우주국(ESA)이 주관한 ‘SPAICE 콘퍼런스’가 열렸다. 우주(SPACE) 탐사에 AI 기술을 활용하자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각국의 항공 우주 과학자들과 AI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목적으로 올해 처음 개최됐다.

현장에서 만난 우주 기술 스타트업 ‘유보티카’의 오브리 듄 최고경영자(CEO)는 “젊은 참가자가 많다. AI와 우주 기술의 결합이 지금 매우 뜨거운 분야라는 뜻”이라고 했다. ‘건담’ ‘백 투 더 퓨처’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주 탐사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자카리아 루지 ESA 연구원은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던 AI 기술이 우주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 놀랍다. 우주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게 되면 그간 인간 육체의 한계 때문에 하지 못했던 탐사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우주 개발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AI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NASA가 지난 5월 처음으로 AI 책임자를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ESA는 2020년 인텔과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AI 반도체를 위성에 탑재했고 이후에도 많은 위성에 AI 기술을 쓰고 있다. 중국도 지난 2월 AI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본격적인 ‘우주 AI’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위성에 장착한 AI는 수집한 방대한 정보 중 필요한 것을 한 차례 걸러 지구에 보냄으로써 데이터 용량을 줄여, 여러 시간이 걸리는 송신 시간을 수초 안으로 단축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주 AI, 경쟁이 시작되다

우주 개발 분야의 전문가들이 AI를 ‘구원자’라고 여기는 이유는 우주 그 자체의 방대함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 그리고 우주에 있는 수많은 망원경이 매일같이 인간이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2021년 우주로 쏘아 올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하루에 57기가바이트, LSST 망원경(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은 매일 10테라바이트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 방대한 정보를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AI는 빠른 속도로 정보를 판별하고 이를 통해 패턴을 도출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비영리재단 B612 파운데이션의 공동 창립자인 에드 루와 그의 팀이 개발한 AI 알고리즘인 THOR은 미국 국립 광학·적외선 천문학 연구실에서 보관해온 40만개 이상의 우주 이미지를 분석해 소행성들을 발견했다. 루는 당시 “이것은 AI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소행성 탐색을 위해 설계된 AI의 능력은 이미 인간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했다.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하는 위성들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인텔과 ESA가 AI를 탑재해 발사한 인공위성 ‘파이샛 1호’는 지구 극지방을 관측하는데, 구름에 가려진 이미지와 같이 쓸모없는 데이터는 알아서 삭제하고 필요한 이미지만 보내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인간 우주인’을 돕거나 대체할 ‘우주 로봇’도 AI를 탑재해 더 강력해지고 있다. 2020년 NASA가 화성에 보낸 ‘퍼서비어런스 화성 로버(rover·탐사 로봇)’는 NASA의 첫 ‘AI 우주인’이다. 로버 팔의 AI 소프트웨어는 알아서 광물 구성을 분석한다. 더 깊이 조사할 가치가 있는 물질이 있을 때만 이를 ‘인간 연구원’에게 전달해 추가로 들여다보게 만들어 준다.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을 탐사한 인도의 달 무인 착륙선 ‘찬드라얀 3호’에도 AI 기술이 활용됐다. 착륙 지점을 찾거나 달의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AI 카메라를 사용했다고 한다. 위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과학기술대 교수는 WEEKLY BIZ 서면 인터뷰에서 “딥러닝 등 AI 기술로 구동되는 미래 우주 로봇의 능력은 인간을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며 “우주에서 인간보다 더 잘 생존할 수 있는 AI가 우주 탐사, 나아가 우주 식민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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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웰(영국)=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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