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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佛정부, 62년만에 붕괴…마크롱도 퇴진 압박·경제 후폭풍(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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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패싱'에 야당 발의 불신임안 가결

정치 불안 지속에 유로화·국채 전망 암울

'위기 촉발' 마크롱, 신속한 후임 물색 나서

르펜 "교착 사태 타개 위해 마크롱 사임해야"

이데일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미셸 바르니에 총리.(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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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프랑스 하원이 4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 시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뜩이나 취약한 프랑스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르니에, 프랑스 현대사 ‘최단명’ 총리

이날 프랑스 하원은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발의한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31표로 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하원 재적 의원은 총 574명(3명 공석)으로 과반(288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해산되는 것은 1962년 10월 샤를 드골 대통령 당시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처음이다. 이에 지난 9월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는 3개월 만에 사퇴하게 됐다. 그는 1958년 시작된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 임기의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동안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바르니에 총리와 야당은 갈등을 빚었다. 바르니에 정부는 앞서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413억유로(약 61조원)의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증세를 통해 세수 193억유로(약 28조원)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야당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정부 예산안을 반대했다.

이에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 핵심인 사회 보장 재정 법안을 헌법 조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 없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고, NFP와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은 ‘의회 패싱’에 반발해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후폭풍 불가피…금리차 100bp 전망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표 가결 이후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1.05달러 수준으로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 국채 선물 시장도 초반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는 등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이번 불신임안 투표 결과가 이미 예상됐던 탓이다.

프랑스의 정치 불확실성은 지난 7월 총선 결선 투표 결과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가 되면서 시작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 참패를 계기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실패했다.

이후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2.7% 하락했다. 프랑스 신용 위험의 대표적 지표인 프랑스 국채 10년 물과 독일 국채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지난주 90bp(1bp=0.01%)까지 벌어져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고치 수준에 달했다.

프랑스 증시도 부진한 흐름이다. 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지수는 지난 5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현재 10% 넘게 하락했다.

이번 바르니에 정부 붕괴로 정치적·경제적 후폭풍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일러 몽고메리 코닝 바클레이스 외환 전략가는 “우리는 프랑스 정치가 장기간의 불안정한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에버딘의 알렉스 에버렛 투자 매니저는 “지속적인 정치 불안, 의사 결정 부재, 부채 지속 가능성 등으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의 금리차가 100bp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높은 에너지 비용과 금리, 국내 산업의 침체, 소비자 신뢰 하락, 기업 투자 둔화 등으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2025년 프랑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3%로 올해 6.1% 보다 0.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의 마크롱, 그의 선택은

바르니에 정부가 무너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2025년 예산안도 없이 정부가 ‘셧다운’ 될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마크롱 대통령이 신속하게 새 총리를 임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마크롱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등 50여개국 지도자가 참석할 예정인 오는 7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전에 새 총리를 지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사태와 관련해 5일 밤 8시(한국시간 6일 새벽 4시)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차기 총리 후보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 장관,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초대 프랑스 민주운동 대표, 사회당 출신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누가 후임 총리가 되더라도 여소야대인 현재 의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헌법에 따라 2027년 중반까지가 임기인 마크롱 대통령은 2025년 7월 이전에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의회 선거를 소집할 수 없다.

마크롱 대통령 또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교착 사태를 타개하고 프랑스가 정진하기 위해선 마크롱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마크롱이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국민과 프랑스의 운명을 희생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은 그의 양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정부의 붕괴를 이끈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는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나라 전체에 알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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