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준 경일대 교수 |
필자는 직전 칼럼에서 인공지능 예술이 현대 예술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인공지능이 예술 창작에 주는 혜택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려면 인터넷 보급 확대라는 기술적 요소와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경제적 격차에서 시작한 정보격차가 결국 디지털 격차로 이어졌고 이것이 결국 인공지능의 혜택을 많은 이가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귀결됐다.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 영역이다.
예술은 작품을 즐기고 느끼는 향유의 영역과 자신이 직접 예술 활동에 나서는 창작의 영역으로 나뉜다. 저소득층, 고령층, 개발도상국의 시민에게 인공지능과 디지털 예술의 '향유와 창작'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Digital Education Action Plan, 2021-2027) |
인공지능 예술이 진정으로 모두의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이 단지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공평하게 배분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 예술과 관련된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기술 교육 프로그램'(Digital Education Action Plan, 2021-2027)이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는 사회와 경제를 변화시켰고 일상생활의 전반이 모두 바뀌었다. EU는 시민의 디지털 역량 수준을 높여야 하는 필요성을 느껴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교수법에서 '하이브리드 학습'(hybrid education, 대면수업 외 다양한 교육방법으로 수업 진행) 학습이 더욱 강화됐다.
이러한 사례처럼 교육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필수다. EU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예술을 창작할 기회를 제공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중 디지털 전환이 큰 화두였다.
이들은 2022년에 약 30억 명의 사람들이 오프라인 상태를 유지한 점과 그 중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목했다. 국가 간은 물론 국가 내 디지털 접근의 격차를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또한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 정부와 협력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규제와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고, 금융 완화, 저비용 지불 시스템 촉진, 정부 서비스 운영의 디지털화를 확대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금융 시스템의 무결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금융 기술의 광범위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 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또, 국가가 정부에서 수입 징수와 지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이고 위험을 완화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공동 작업을 강화한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된다면, 향후 인공지능 예술에 대한 접근성 문제 또한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예술의 향유와 창작은 반드시 이러한 위정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는 EU와 IMF, 세계은행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에도 정책 입안자의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이든 시작이 반이기 때문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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