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하루아침에 ‘여행 위험국’ 전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상계엄 파동] 전쟁 중인 나라까지 “한국行 자제하라”… 스웨덴 총리는 방한 취소

조선일보

4일 주한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뜬 경보. 한국에 계엄령이 선포된 것과 관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을 피하고 대규모 군중, 모임, 시위 또는 집회 근처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화적으로 의도된 시위도 대립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폭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미 대사관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건 이후 정국 불안과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이 한국 여행 주의보·경보를 4일 발표했다. 국정이 사실상 마비되며 주요 외교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실이 해외 주요 언론의 주요 뉴스로 대거 타전되면서 주요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며 대응에 나섰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4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붉은 바탕의 ‘경고(alert)’라는 문구를 걸고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미국 시민을 위한 지침’이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려 자국민의 안전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해제한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상황은 유동적이며 잠재적인 혼란을 예상해야 한다. 평화 시위도 대립으로 변하고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집회가 열리는 지역을 피해 다니라고 알렸다. 이날 대사관은 여권·비자 면접 업무를 일시 중단했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확대했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이날 한국을 ‘여행 주의국’으로 분류했다. 뉴질랜드는 여행 국가에 대한 권고 수준을 4단계(일반·주의·자제·금지)로 분류한다. 한 주한 외교관 당국자는 4일 “대사관엔 한국 방문이 괜찮은지, 지금 한국을 바로 떠나야 할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며 “급작스러운 일인 데다 사태가 어떻게 확대될지 알 수 없어 일반인에겐 ‘꼭 필요하지 않으면 방문을 잠시 미뤄도 좋을 것’이라고 안내하면서 본국과 긴박하게 소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현지(한국)의 당국 조언을 따르고 정치 시위를 피하라”며 한국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진영


전쟁 중인 나라들까지도 “한국은 현재 위험한 상황”이라며 국민에게 주의령을 내렸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3일 계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비상계엄령의 의미를 평가하긴 아직 이르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한국에 갈 예정인 국민은 방문이 꼭 필요한지 고려해 볼 것을 권하며,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은)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집이나 숙소에서 현지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소셜미디어에 공지를 올려 “대한민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한국에 계신 시민은 지자체의 지침을 준수하고, 정치적 성격의 대규모 행사 참여를 자제해 달라”며 “외출 시 신분증을 소지할 것을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중국·일본·독일·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호주 등도 주한 대사관을 통해 안전에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외교 일정은 대부분 취소되고 있다. 5~7일 방한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4일 정상회담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최근 상황을 감안해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아침 한국과 접촉했으며 앞으로 새로운 방문 일정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차이는 민주적 절차와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계엄령 해제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내년 1월쯤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알려졌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4일 “한국 방문은 아직 무엇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이시바 총리가 내달 초순쯤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고 총리실도 이를 부인하진 않아 왔는데, 계엄령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 날 방한 추진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15일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2020~2021년 재임) 역시 비상계엄 선포를 이유로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한의원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스가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교류 증진을 위한 기념사업 개최 등을 논의하기로 했었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도 추진됐다고 알려졌지만 방한 취소 결정으로 추후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관광·공연 업계에선 계엄령 여파로 연말 성수기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휴일을 맞아 한국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계엄령을 내린 한국은 당분간 여행 블랙리스트 국가에 넣어야겠다” 등 한국 여행을 우려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여행주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 주가는 이날 대부분 2~5%씩 하락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류재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