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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한우의 간신열전] [263] 혼군(昏君)의 세 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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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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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군(昏君)의 반대는 명군(明君)이다. 명(明)은 첫째, 사리에 밝음이며 둘째, 불혹(不惑)이며 셋째, 공(公)이다.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역사에서는 혼군(昏君)이라 불렀다.

첫째, 사리에 밝다는 것은 일 처리가 공정하고 정밀하다는 뜻이다. ‘논어’에서 제자 자장(子張)이 명(明)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점점 젖어드는 (동료에 대한)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친지들의 애끓는) 하소연을 (단호히 끊어) 행해지지 않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밝다고 말할 수 있다.”

전반부는 공적인 조정이고 후반부는 사사로운 영역이다. 최근 참소와 하소연이 용산 주변을 얼마나 들끓게 했는지는 따로 예를 들 필요가 없다.

둘째 혹(惑)에 대해 공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죽은 사람도 살리려 들고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버젓이 살아 있는 사람도 죽이려 드는 것이 혹(惑)이다”라고 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고 죽고 사는 것은 귀신의 영역인데 이 두 영역을 구분하고 사고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자가 혹(惑)하는 자이다. 정권 출범 전부터 미신 사이비 논란이 이어졌으나 용산은 단 한 번도 이 점을 명쾌하게 씻어내지 못했다.

셋째 공도(公道)를 따르느냐 사욕(私欲)이나 사사로운 관계를 따르느냐에 따라 명군과 혼군이 갈린다. 지난 2년 이 정권의 인사를 보면 공도의 실종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 세 가지에 더해 윤석열 정권은 불통(不通)까지 보여주었다. 국민들과 불통(不通)하면서 명(明)할 수 없고 불혹(不惑)할 수 없고 공(公)에 이를 수 없다. 지난주 이 코너에서 자포자기(自暴自棄)를 경계시킨 바 있다. 불과 한 주도 안돼 이를 실천한 듯한 대통령에게는 혼군(昏君)이라는 말조차 아깝지 않을까.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대외적으로 험난한 파고(波高)를 헤쳐가야 하는 대한민국호의 운명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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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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